[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원칙적 허용, 예외적 규제'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계열사 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하겠다는 것.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총수지분 30%룰'은 삭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계열사 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부당한 특혜성 거래로 총수일가에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는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이 되는 내부거래의 예로는 ▲총수일가 개인에 대한 지원 ▲정상가격 산정이 어려운 분야의 일감 몰아주기 ▲사업기회 유용 등 3가지를 들었는데, 이들 3가지는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만으로는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해 별도의 규제조항 신설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적발하면 부당 지원행위 중지 등 시정조치를 내리고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총수일가를 포함한 관련자를 고발해 징역 또는 벌금형 등의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다.
공정위는 또 현행 공정거래법의 부당내부거래 금지 조항 중 '현저히 유리한 조건'이라는 위법성 요건 규정을 최소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해 부당내부거래 금지 조건을 강화했다.
다만, 공정위는 앞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된 '정당한 이유없이'라는 문구가 기업에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의미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잉규제 논란이 인 것과 관련,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다른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와 마찬가지로 계열사 간 거래의 부당성은 공정위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조문에 명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이면 총수가 부당 내부거래 관여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개정안 내용도 과잉규제 논란이 있어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사 중요사항, 대규모 내부거래 등 현행 공시 대상 3가지와 함께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 중소기업 영역 침범, 순환출자,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 등에 관한 공시항목 신설을 연말까지 추진하는 등 대기업 집단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위해 정보공개제도는 강화하기로 했다.
과거 조사국의 역할을 승계한 대기업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신설 조직은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감시·조사하는 업무와 공시의무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전담조직 신설은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우선 법 개정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신설 방안은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대기업 집단의 폐해 시정을 포함해 ▲경제적 약자의 능력 발휘를 위한 경쟁기반 확대 ▲담합 관행 척결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시장환경 조성을 4대 중점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다른 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한 과제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법령 선진화 등을 들었다.
한철수 공정위 사무처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의 모든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는 행위만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과거에 발생한 행위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