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LIG 사태를 염두에 두고 "회사가 엄청난 손실이 있는데도 이익이 나는 것처럼 재무제표를 만들어 CP를 발행했다면 사기가 명확한데, 동양의 경우 재무제표나 CP 설명서에는 자본잠식 상황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고 말하면서, 지난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아직까지 현재현 회장을 소환하지 않는 것 역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감원이 동양그룹의 이번 사건이 왜 '사기'사건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이런 몰지각한 태도가 유사한 금융사기 사건이 반복해 발생하는데, 금감원이 직무유기를 하며 방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LIG 사기 CP 발행의 경우에도 이익이 나는 것처럼 꾸민 재무제표를 근거로 신용평가사로부터 실제와 다른 신용등급을 받았다는 부분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기는 했지만, 핵심은 LIG 건설이 이미 파산 상태가 되어 CP를 발행하더라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LIG 그룹 총수 일가가 LIG 건설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 LIG 계열사의 주식 지분을 되찾아 오기까지 CP 발행으로 돌려 막기를 했다는 것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충족했다는 부분이다.
동양 CP 사기 사태의 경우에도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 계열사들이 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등으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으면서도 CP를 계속해 발행하였다는 점에서 위 LIG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나아가, 동양 CP 사기 사태는 동양 그룹의 계열사인 동양 증권이 위와 같이 발행된 CP들이 상환되지 않을 것을 알고서도 피해자들을 기망해 연속적·지속적·계획적·조직적으로 판매하여 그룹 대대적인 차원의 사기 공조가 있었다. LIG 그룹은 CP를 사기 발행했을지언정, 그룹 내 증권사를 동원해 CP를 판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동양 사태가 더 하면 더 한 것이지 결코 혐의를 찾기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LIG 그룹의 CP 등 사기 범행은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CP를 발행한 행위와 분식회계를 통해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행위로 나뉘었으며, 이는 피해자와 기망행위부터 다른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 역시 이를 나누어 판단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금감원의 분식회계로 CP를 발행했다면 사기가 명확하다는 설명은 전혀 다른 두 사안의 적당히 결부시킨 것으로 근거가 없는 설명에 불과하다. 법원 판결문이라도 찾아서 꼼꼼히 읽어 보고 동양그룹 사기 피해자들 앞에 서기 바란다. 더는 피해대중을 오도해서는 안된다.
LIG 사태가 불과 3년만에 동양 사태로 재현됐다는 사실 그 자체로 금융감독원의 직무 유기가 드러난다. 그 감독 책임은 차치하고라도, 이미 벌어진 문제 해결을 위해서 LIG 사태와의 비교를 통해 동양 사태를 바라보고자 한다면 우선 LIG 사태와 동양 사태에 대해 정확한 상황 진단 후에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 5만명의 피해를 보전할 대책을 세우고 대책을 우직하게 밀고나가도 모자른 판국에 책임 당국인 금융감독원이 동양그룹 CP 사기 발행 및 판매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하고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