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사기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가상화폐 업계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1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10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남부지검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
주요 혐의점이 사기라는 점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의 충격이 큰 상황이다.
통상 거래소는 이용자가 가상화폐를 구매하면 이를 전자지갑에 보관한다. 이를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옮기거나 원화로 출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업비트는 예전부터 거래 가상화폐 수와 비교하면 전자지갑 수가 현저히 적어 사실상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장부상 거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용자들도 다른 거래소로 가상화폐를 옮기지 못하고 업비트에서만 거래를 해야 해 불편을 겪었다.
업비트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업체라는 점도 충격파를 더하고 있다.
앞서 중소 거래소의 대표격인 코인네스트가 검찰 수사를 받았고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시장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시중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부여받은 대형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비트의 상황은 다르다. 업비트는 24시간 거래량 기준으로 따지면 중국 오케이엑스(OKEx), 바이낸스, 후오비의 뒤를 이어 세계 4위이자 국내 1위로 꼽히는 거래소다.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오후 3시 30분 990만9천원에서 오후 4시 40분 891만4천원으로 1시간여 만에 10.0%나 하락했다.
또 다른 대표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81만원에서 65만9천원으로 18.6% 급락했다. 리플(-20.9%)과 라이트코인(-17.0%) 등 대부분 가상화폐도 1시간 남짓 기간에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해외 거래소에서도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비트코인은 하루 전보다 6.9% 떨어진 8천696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9.6% 하락한 688달러, 리플은 16.9% 폭락한 0.666953달러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이번 검찰 수사가 가상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투자자는 "현금화를 했는데 출금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안 그래도 장이 안 좋은데 이런 소식까지 들려 당분간은 지켜보는 것이 답일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불안감이 퍼지자 업비트는 진화에 나섰다.
업비트 관계자는 "현재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모든 거래·입출금 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있고 고객의 자산은 안전하게 계좌에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지갑 수가 가상화폐 수에 비해 적다는 것은 예전 이야기며 전자지갑 숫자도 종전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