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완전자회사 허용에 관심을 보인다. 재계는 환영하면서도 CVC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놓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에 대해 이미 롯데, LG, SK, 신세계그룹이 CVC에 관심을 표한 상태라고 기재부 관계자가 밝혔다.
주요 대기업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인 데에는 금융과 산업간 상호 소유나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어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나 해외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CVC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학계와 업계는 이번 정부 정책이 현실화하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둔 CVC는 전략적 투자에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지주체제 밖 계열사가 보유한 CVC는 재무적 투자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
현재 대기업집단 내 일반지주회사가 있는 28개 집단 중 롯데, CJ, 코오롱, IMM인베스트먼트 등 4곳은 지주체제 밖 계열사로 국내 CVC를 보유하고 있고, SK와 LG 등은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는 CVC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금산분리 원칙 훼손과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는 투자할 수 없게 했고 외부자금도 조성액의 40%까지만 조달이 가능하게 했다.
일반지주회사의 CVC 차입 규모는 벤처지주회사 수준인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하고 해외 투자를 총자산의 20%까지만 허용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전무는 "이번 정책의 취지는 어려운 벤처기업의 생존과 미래지향적 벤처창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CVC가 제한적으로 허용돼서 당초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CVC 설립 자율성 확대, 부채비율 상향, 외부자금 비중 확대 등으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달 초 '21대 국회의원께 드리는 경제계제언'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기업의 신진대사 촉진을 위해 CVC 허용을 건의해왔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연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아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키로 했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조치이자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벤처 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