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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수요 급증에 스마트폰·PC용 공급난 심화

장선희 기자

AI 수요 폭증으로 인한 메모리 칩(DRAM·NAND 플래시)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이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이 AI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스마트폰·PC·게임 콘솔 등 소비자 기기의 메모리 확보가 어려워졌으며, 이는 제품 가격 인상·스펙 다운그레이드·출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분기 대비 90~95% 급등했으며 낸드 플래시도 55~60% 상승할 전망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인상폭을 기록 중이다.

▲ AI 인프라 수요가 초래한 글로벌 메모리 공급난

AI 데이터센터 구축 붐으로 인해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 라인을 고대역폭 메모리(HBM)·고용량 DDR5 등 AI 특화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D램·낸드 공급이 급감했다.

이는 전통적인 호황기 사이클과 달리 구조적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IDC·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D램·낸드 공급 증가율은 각각 16%·17%에 그쳐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전자제품 업체들은 가격 인상, 비용 흡수, 스펙 조정이라는 '쓰리 고(three go) 딜레마'에 직면했다.

게다가 이러한 공급 부족 현상은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가전 부품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델·샤오미 등 가격 인상 단행…사양은 오히려 '역주행'

메모리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델(Dell)은 기업용 노트북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레노버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전례 없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PC·스마트폰 수요를 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일부 상쇄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에이서(Acer)는 보급형 PC의 메모리 용량을 줄였고, 샤오미(Xiaomi)는 최신 플래그십 모델에서 저용량 옵션을 없애고 고용량 모델만 비싼 가격에 출시하는 등 스펙 하향 및 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애플·삼성·닌텐도 등 '빅테크'도 가시권…이익률 압박 가속

대량 구매로 가격 방어력이 높은 애플과 삼성전자 같은 거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번 분기부터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삼성전자 또한 모바일 기기용 공급 부족 현상이 현실화됨에 따라 올해 경영 환경이 도전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닌텐도는 차기 콘솔 '스위치 2'의 마진 압박 우려가 제기되자 주가가 11% 급락하는 등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PC는 특히 취약…원가의 최대 30% 차지

PC의 경우 메모리가 전체 제조 원가의 최대 30%를 차지해 타격이 크다.

국제데이터코퍼레이션(IDC)의 브라이언 마 부사장은 “스마트폰이나 PC에서 AI 모델을 원활히 구동하려면 더 높은 메모리 사양이 필요하지만, 가격 압박으로 오히려 사양을 낮추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AI 기능 고도화’라는 업계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다.

ai 데이터 센터
[AFP/연합뉴스 제공]

▲ '가성비' 모델의 종말…온디바이스 AI 시대의 걸림돌

스마트폰과 PC에서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용량 메모리가 필수적이지만, 역설적으로 급등한 가격이 기기의 고사양화를 가로막고 있다.

이로 인해 '낮은 가격에 높은 사양'을 제공하던 가성비 브랜드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스마트폰 업체 낫싱(Nothing)의 CEO 칼 페이는 “부품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전제가 깨졌다”며 “2026년에는 기존의 가치 브랜드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는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AI 인프라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메모리 가격의 구조적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칩을 공급하는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비즈니스 전반은 견조하지만, 단 한 가지 문제는 ‘메모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라고 말하며 병목이 메모리에 있음을 언급했다.

AI 기능 탑재를 추진 중인 스마트폰·PC 업체 입장에서는, 모델을 제대로 돌리려면 메모리와 저장공간을 늘려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품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 하드웨어 업계 전반으로 파장 확산

메모리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제조사에 공급하는 윈도 소프트웨어 매출이 올해 약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PC 수요 둔화의 간접 지표로 해석된다.

퀄컴 역시 스마트폰용 칩 수요는 견조하지만 “메모리가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모리 부족이 전체 생태계의 병목 현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AI 붐이 만들어낸 메모리 대란은, 반도체 산업의 ‘좋은 사이클’만이 아니라, 다운스트림 전자·플랫폼 생태계의 구조조정과 제품 전략까지 밀어붙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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