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애플, AI 경쟁 뒤처져도 10억달러 AI 수익…‘통행세’ 전략

장선희 기자

애플이 자체적인 AI 전략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AI 분야에서만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대적인 AI 기준에 못 미치는 '시리(Siri)'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기기 생태계를 장악한 덕분에 얻은 '플랫폼 통행료'의 결과로 분석된다.

▲ 독점적 기기 생태계가 만든 'AI 통행료' 수익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등 내노라하는 AI 기업들이 고성능 챗봇을 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이용하는 가장 주된 경로는 여전히 아이폰이다.

분석업체 앱매직(AppMagic)에 따르면, 생성형 AI 앱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애플에 약 9억 달러의 앱스토어 수수료를 지불했다.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구독 첫해에 약 30%, 이후에는 15%의 수수료를 징수하며 'AI 골드러시'의 실질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앱 수익의 75%는 챗챗GPT에서 발생하며, 일론 머스크의 그록(Grok)이 약 5%로 그 뒤를 잇고 있다.

▲ '고비용 모델' 대신 '온디바이스 AI' 정조준

애플의 AI 전략은 수천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칩을 구축하는 경쟁사들과 대조적이다.

애플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 대신, 사용자가 아이폰에 저장한 개인 정보와 자체 설계한 칩을 활용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자본 지출(CAPEX) 부담 없이 AI 시대의 길목을 지키는 '톨게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애플
[AP/연합뉴스 제공]

▲ 시리의 한계와 구글 '제미나이'와의 동맹

시리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다.

시리는 알람 설정 같은 기초적인 작업은 수행하지만, 챗GPT처럼 깊이 있는 연구나 콘텐츠 생성은 불가능한 구식 기술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최고 AI 책임자인 존 지아난드레아가 사임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러한 부진과 무관치 않다.

애플은 자체 기술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구글의 제미나이를 시리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애플이 독자 AI 전략과 동시에 외부 기술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하드웨어 도전하는 AI 기업들… 높은 장벽에 직면

오픈AI는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와 손잡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자체 기기 개발을 통해 애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구글 역시 AI 기능을 강화한 픽셀폰으로 아이폰 사용자를 유혹하고 있으나, 아직 생태계를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애플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AI 기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사용자 이탈이 크지 않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전략을 천천히 구축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픈AI가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을 뺏는 것보다, 애플이 준수한 성능의 AI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쉬운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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