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타이밍에도 안 내렸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정부가 ‘소비 억제’를 명분으로 4차 기름값 동결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지면서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가격 인하 대신 소비 억제에 정책 무게중심을 옮긴 정부의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24일 0시부터 적용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ℓ당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휘발유 8%, 경유 14% 하락했음에도 지난 2, 3차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가격 인하보다는 ‘소비 억제’에 무게를 둔 정책 전환이라고 밝혔다. 남경모 장관정책보좌관은 “서민 부담 완화와 물가 및 소비 관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항상 최선이냐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며 정부 정책 기조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경유 가격이 ℓ당 2800원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하며, 이번 제도를 통해 약 800원의 가격 억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사의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되며, 최고가격제 종료 여부는 중동 정세 등 외부 변수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소비 억제’ 정책이 국제유가 하락분을 소비자에게 직접 돌려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유소 판매가가 자율에 맡겨져 있어 지역별, 주유소별 가격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한편 해외 상황은 사뭇 다르다. 지난 21일 미국에서는 기름값 폭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민생고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 민간 영역에서는 소비자의 주유비 부담을 덜기 위한 자구책이 등장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GS칼텍스와 제휴를 맺고 23일부터 주유 시 ℓ당 100원, 월 최대 50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비되는 행보로 주목된다.
정부의 이번 ‘소비 억제’ 정책이 유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낼지 관심이 쏠린다. 중동 정세 등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수에 따라 향후 유가 정책 기조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정부 정책의 한계 속에서 민간 부문의 주유비 절감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그 확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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