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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양면 전략과 이란 군용기 기지 제공이 초래할 중동 안보 질서의 재편

파키스탄의 양면 전략과 이란 군용기 기지 제공이 초래할 중동 안보 질서의 재편
©연합뉴스

 

파키스탄이 이란의 핵심 군사 자산을 자국 공군기지에 수용하며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략적 중재자 역할을 넘어선 위험한 균형 잡기에 나섰다. 이는 지난달 휴전 직후 미국의 잠재적 공습으로부터 이란의 정찰 및 정보 수집 역량을 보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향후 중동 안보 지형과 미중 관계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일시적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파키스탄이 이란 군용기의 자국 내 기지 주둔을 허용하며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씨비에스(CBS) 뉴스는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하여 이란이 지난달 7일 휴전 성립 직후 군사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항공기를 파키스탄 누르칸 공군기지로 이동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군사적 이동을 넘어 중동과 남중앙아시아를 잇는 거대한 지정학적 균열을 시사한다.

이동된 군용기 중에는 록히드 씨-130(C-130) 허큘리스를 개조한 알씨-130(RC-130) 정찰 및 정보수집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공군의 핵심 자산인 해당 기체들은 미국의 정밀 타격권에서 벗어나 안전한 후방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전술적 선택을 내린 것이다. 이는 휴전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미국의 추가 공습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파키스탄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최대 경제 파트너인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파키스탄이 미국에는 안정적인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동시에 중국의 우방인 이란을 배려함으로써 역내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은 서방의 안보 협력과 동방의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정교한 줄타기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자 경제적 후원자로서 이 지역의 안보 질서 재편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이란의 군사적 도피처를 제공한 것은 사실상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아래에서 서방의 압박에 대응하려는 집단적 안보 움직임의 일환이다. 이는 미국의 역내 통제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거대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란은 공군력뿐만 아니라 민간 항공 자산 또한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으로 분산 배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항공당국 관계자는 전쟁 발발 직전 이란 마한에어 소속 민간기가 카불에 착륙했으며, 이후 안전을 위해 이란 접경지인 헤라트 공항으로 추가 이동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권과의 교전 상황 속에서도 이란은 자국 자산의 보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러한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는 입장을 견지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고위 당국자는 누르칸 기지가 도시 한복판에 위치하여 대규모 항공기 편대를 은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씨비에스의 보도를 반박했다. 이러한 부인은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수사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결렬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적극적인 중재를 자처하고 있으나 양측의 신뢰 구축 실패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산발적인 충돌은 휴전 체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군사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 사태의 최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이란 전쟁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며, 파키스탄의 기지 제공 사실이 회담 테이블에서 어떠한 압박 카드로 사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중 간의 대타협 여부가 중동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의 이번 조치가 중동 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다극화된 안보 체제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키스탄의 기지 제공은 단순한 군사적 지원을 넘어 역내 세력 균형의 추가 중국과 이란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기존의 일극 체제가 붕괴되고 새로운 진영 논리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완화와 안정적인 시장 질서 확보를 위해서는 미중 간의 거시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불안한 휴전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의 군사 자산 분산 배치는 향후 재개될 수 있는 물리적 충돌에서 이란의 대응력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제 사회는 파키스탄의 행보가 불러올 연쇄적인 안보 파장에 대해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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