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글로벌 국내총생산의 13%를 차지하는 건설 산업을 마비시키며 세계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유 기반의 필수 건축 자재 공급이 끊기며 일본과 호주 등 주요국의 건설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되고, 자재 가격이 최대 70% 폭등하는 등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가 건설사의 연쇄 도산과 주택 공급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전쟁의 격화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는 전 세계 건설 현장을 멈춰 세우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원유와 석유제품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아스팔트, 단열재, 플라스틱 등 핵심 건축 자재의 공급망이 사실상 마비되었다고 보도했다. 건설 부문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공급망 차단은 단순한 산업 위축을 넘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석유 화학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아스팔트와 PVC 파이프, 페인트 등은 현대 건설 프로젝트에서 대체 불가능한 필수 요소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은 이러한 원자재의 운송 비용을 급등시켰을 뿐만 아니라, 철강과 콘크리트, 세라믹 등 기초 자재의 생산 단가까지 동반 상승시키는 연쇄 효과를 불러왔다. 특히 조명과 난방, 통기용 장비 등 설비 부문의 핵심 부품 조달이 지연되면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대규모 건설 현장들은 공기 지연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건설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시장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마에다하우징의 마에다 마사토미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달간 추진해온 프로젝트의 약 4분의 1이 자재 납기 불능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고 실태를 고발했다. 납품업체들이 PVC 파이프와 조립식 욕실 등 핵심 자재의 기일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약 20건의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으며, 이는 기업의 운영자금 고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호주에서는 정부 차원의 주거 복지 계획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120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으나, 이번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계획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주택 한 채당 신축 비용이 최대 5만 호주달러, 한화로 약 5,400만 원가량 추가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호주 최대 배관 장비 공급업체인 리스는 원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구체적인 가격 인상 폭을 공개하며 시장의 공포를 뒷받침했다. 리스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민간 기반 시설용 고밀도 폴리에틸렌 파이프 가격이 36% 상승하고, 주거용 배관에 필수적인 PVC 파이프 가격은 28.5% 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건설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을 넘어 주택 시장 전반의 거래 절벽을 야기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인도와 영국의 상황 역시 글로벌 건설 위기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인도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로다 디벨로퍼스는 전쟁 발발 이후 전체 건설 비용이 이미 5%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경우 건설 부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며 산업 위축이 본격화되었음을 입증했으며, 이는 건설 투자 심리의 급격한 냉각을 의미한다.
영국 건설제품협회는 향후 3개월 내에 일부 건설업체들이 자재 가격을 10%에서 최대 30%까지 추가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는 "자재비 급등과 공기 지연이 겹치면서 향후 1년 내에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도산하는 건설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는 건설 산업의 밸류체인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금융권의 부실 대출 위험까지 자극하고 있다.
일본의 또 다른 건설사인 도미소의 기무라 요시히데 대표는 현장의 고충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기무라 대표는 "지난 한 달간 가격 인상 통보가 쏟아졌으며, 특히 PVC 파이프의 경우 가격이 70%나 폭등했다"고 밝혔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집주인들은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확정되어 있어 인상된 자재비를 전가할 수 없는 구조이며,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새로운 수주조차 불가능한 '갑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적 긴장에 따른 단기적 변동성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물류망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자재 가격 역시 하향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건설 산업의 특성상 한 번 중단된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데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이미 훼손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촉발된 건축 자재 공급망 혼란은 장기적인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설 비용 상승은 필연적으로 분양가 및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전 세계적인 주거 불안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은 이제 단순한 물류 차단을 넘어, 건설 산업의 붕괴가 가져올 거시 경제적 파장에 대비해야 하는 엄중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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