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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의 숨겨진 전략... 통역사 메모가 드러낸 기술 패권과 중동 안보의 실체

이겨례 기자
미중 정상회담의 숨겨진 전략... 통역사 메모가 드러낸 기술 패권과 중동 안보의 실체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회담에서 포착된 통역사의 메모를 통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제와 희토류 통제, 이란 정세를 둘러싼 양국의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드러났다. 양측은 이란의 핵 보유 금지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행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기술 수출 통제와 관세 등 핵심 경제 현안에서는 여전한 대립각을 세우며 실질적인 '대타협'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양국 정상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주 앉은 가운데 회담의 구체적인 의중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통역사의 수첩에서 포착됐다. 대만 연합신문망과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정상회담 당시 통역사가 작성한 메모를 확대 분석한 결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희토류, 호르무즈 해협 등 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단어들이 대거 식별됐다. 이는 이번 회담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기술 패권과 자원 안보, 그리고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관리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층위에서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

메모의 상단에 위치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라는 단어는 최근 격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 통제 기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블룸버그 통신은 FCC가 지난달 30일 미국과 상호 인증 합의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 내 전자기기 검사 기관의 자격을 취소하고, 중국 대형 통신 3사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을 금지한 조치가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중국 기술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으며, 시 주석은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는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대해 차별적 대우라며 결연한 조치를 예고하며 정당한 권익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모에 적힌 '봉쇄'와 '희토류'라는 단어는 이러한 긴장 관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키워드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은 "희토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이 꺼내 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반격 카드"라고 평가하며, 중국이 자원 공급망을 무기화하여 미국의 기술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원 전쟁의 또 다른 축인 '곡물' 역시 메모의 한 축을 차지하며 양국의 무역 균형 문제를 상기시켰다. 미국은 중국이 대두(Beans), 쇠고기(Beef), 보잉(Boeing) 항공기 등 이른바 '3B' 품목을 대량 구매하여 무역 적자를 해소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만(Taiwan) 문제와 관세(Tariff), 그리고 첨단 기술(Technology) 수출 통제 완화라는 '3T'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동 정세와 관련한 메모 내용은 이번 회담이 경제를 넘어 글로벌 안보 협력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슬람혁명수비대와 호르무즈 해협, 그리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름이 메모에서 확인된 것은 양국이 중동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의미한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기로 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이란에 군사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며, 그 상황이 조속히 종결되기를 원한다"고 밝히며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안정에 도움을 줄 용의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미칠 파괴적 영향을 고려할 때 양국이 도출할 수 있었던 최선의 합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안보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며, 근본적인 갈등 해결을 의미하는 대타협은 없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양측이 협력 확대에는 한목소리를 냈으나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구조적 모순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의 한계를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갈등의 폭발을 막는 '가드레일' 역할은 수행했으나, 장기적인 패권 경쟁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한다.

향후 미중 관계는 메모에 적힌 키워드들이 상징하는 각 분야에서 더욱 세밀하고 치열한 각개전투 양상을 띨 전망이다. 미국의 FCC 규제가 더욱 정교해지고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의 '레드라인'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며, 이제 시장은 양국이 공언한 안보 협력이 실제 경제적 긴장 완화로 이어질지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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