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운영자금 고갈된 홈플러스 청산 위기 공식화, 메리츠금융 자금 지원 거부로 67개 매장 셧다운 기로

이성경 기자
운영자금 고갈된 홈플러스 청산 위기 공식화, 메리츠금융 자금 지원 거부로 67개 매장 셧다운 기로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인해 현재 가동 중인 67개 점포마저 폐쇄될 위기에 처하며 기업 청산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메리츠 측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4월에 이어 5월 임금 지급도 불투명해지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대규모 사회적 피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인해 현재 운영 중인 67개 점포의 유지가 불가능한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체 104개 대형마트 중 이미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서 나머지 점포마저 멈출 경우 기업 청산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홈플러스 측은 메리츠금융이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으로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인 자금 확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주체는 메리츠금융뿐이라는 것이 홈플러스의 경영적 판단이다.

홈플러스의 재무적 압박은 이미 임금 체불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경영 정상화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4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데 이어 오는 21일로 예정된 5월분 급여 역시 지급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홈플러스는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 중이나 잔금이 입금되기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브릿지론과 회생 완료 시까지의 구조혁신을 위한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이 절실한 실정이다.

메리츠금융은 자금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확실한 이행보증 장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지난주 브릿지론 제공을 검토하며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에 상식적인 수준의 이행보증을 요청했으나 거부된 상태"라고 밝혔다. 메리츠 측은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주주의 연대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으로서의 건전성 관리와 법적 책임을 고려한 보수적이고 원칙적인 판단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메리츠의 요구에 대응하여 신탁 부동산에 대한 후순위 수익권 질권 설정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메리츠금융은 해당 방안이 실질적인 담보 가치나 법적 보호 장치로서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브릿지론 시행을 위한 실무적 검토는 사실상 진전이 멈춘 상태이며 양측의 평행선은 계속되고 있다. 자금 수혈이 지연될수록 홈플러스의 영업망 붕괴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기업의 특성상 영업 중단은 곧 고객 이탈과 공급망 붕괴로 이어져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우려가 크다. 홈플러스는 67개 매장이 모두 중단될 경우 회생절차 종료와 동시에 곧바로 청산절차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는 담보를 통해 채권액을 회수할 수 있겠으나 후순위 채권자와 직원, 입점주들의 피해는 막대할 전망이다. 지역 상권 위축과 고용 불안 등 광범위한 사회적 비용 발생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이 후순위 피해자 보호 없이 대출을 강행할 경우 발생할 법적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후순위 채권 피해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메리츠가 DIP 대출을 강행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 등으로 고소 및 고발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시장 질서를 무시하고 특정 기업에 특혜성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또 다른 부실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무리한 지원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구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홈플러스 내부 구성원들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 포기라는 고육지책까지 내놓으며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최근 임금 포기 및 임금 유예를 결정하고 납품사들에게 상품 공급을 지속해달라는 호소문을 발송했다. 노조는 공문을 통해 "매장에 상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만 점포가 정상화될 수 있고 점포가 살아나야만 소중한 납품 대금이 변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사 구분 없이 기업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홈플러스의 운명은 메리츠금융의 전향적 결단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추가적인 책임 분담 여부에 달려 있다. 유통업계는 홈플러스가 무너질 경우 발생할 연쇄적인 경제적 충격을 경계하며 금융권의 중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치와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부실 기업의 정리는 불가피하나 대규모 고용과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 정교한 해법이 요구된다. 당분간 홈플러스의 유동성 확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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