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게임업계 '공짜노동' 관행에 칼 뺀 정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실효성 확보할까

이성경 기자
게임업계 '공짜노동' 관행에 칼 뺀 정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실효성 확보할까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밤샘 노동이 잦은 게임업계의 포괄임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근무 시간에 따른 수당 차액 지급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현장에 적용한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게임사 임원진을 만나 청년들의 열정을 빌미로 한 무임금 노동 환경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는 단순 감독을 넘어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제도적 안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가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공짜노동'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침의 현장 안착에 박차를 가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29일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스마일게이트와 라인스튜디오 등 주요 게임사 임원진과 간담회를 열고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보는 지난달 발표된 포괄임금 지도 지침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업계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침의 핵심은 고정 초과근무시간(OT)을 약정한 경우라도 실제 근로가 약정 시간을 초과하면 반드시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노동부는 지난달 8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포괄임금 지도 지침을 마련하여 각 사업장에 시달한 바 있다. 이는 포괄임금제가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직종에서는 원칙적으로 실근로시간을 측정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다.

게임업계는 그간 신작 출시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와 밤샘 노동이 일상화된 대표적인 분야로 지목되어 왔다. 업계 내부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실질적인 초과 수당 지급을 회피하는 도구로 쓰이면서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정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게임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견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포괄임금과 근로시간 제도 전반에 걸쳐 현장에서 직면하는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은 게임 개발 공정의 불확실성과 마감 시한의 압박 등 업계 특수성으로 인해 유연한 근로시간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제도 변화에 따른 추가적인 행정 비용 발생과 인건비 부담 증가가 중소 규모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경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노동부는 이러한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단순한 규제와 감독에 그치지 않고 현장 밀착형 지원책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근로시간 기록 관리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노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원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는 법 집행의 엄격성을 유지하되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제도적 완충 지대를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경영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지침이 노사정 합의 정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자체가 근로시간 산정의 편의성을 위해 도입된 만큼, 모든 세부 시간을 측정하여 차액을 정산하라는 요구는 제도의 존립 근거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급격한 제도 변화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권창준 차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뒤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권 차관은 "과거의 관행을 핑계로 청년들의 열정을 빌미 삼아 '공짜노동'을 유발하는 노동환경은 개선돼야 한다"며 업계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정부는 단순 규제·감독에 머물지 않고 맞춤형 컨설팅과 현장 밀착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이며 기업들의 협조를 구했다.

향후 고용노동부는 구로와 가산디지털단지 등 게임사와 IT 기업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한 상시 감독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실태 조사에서 오남용 사업장 34곳이 적발되는 등 정부의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을 활용해 근로시간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투명한 임금 체계 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정부의 이번 지침 안착 여부는 게임 산업의 고질적인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노동 시장의 효율성과 법적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실제 산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맞춰 경영 전략을 재점검하고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근로 문화를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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