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에 필로폰 공급한 '청담' 최병민 구속기소... 88kg급 마약 카르텔의 실체

이겨례 기자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에 필로폰 공급한 '청담' 최병민 구속기소... 88kg급 마약 카르텔의 실체
©연합뉴스

 

동남아 마약 유통의 핵심 공급책으로 활동하며 필로폰과 케타민 등 총 88kg이 넘는 마약류를 관리해 온 최병민이 사법 심판대에 올랐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최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해외에 은닉된 범죄 수익 추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기소는 국내 마약 유통망의 상위 공급선을 타격했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확립과 마약 근절을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동남아시아 마약 밀수 및 유통 조직에 대량의 마약을 공급해 온 피의자 최병민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총책'으로 알려진 박왕열 등 국내외 주요 유통책들에게 마약을 조달하며 마약계의 거물급 공급책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검찰과 경찰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최씨의 범죄 행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국내 마약 확산의 뿌리를 뽑기 위한 사법당국의 의지가 확인됐다.

최씨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중국계 마약 조직과 연계하여 대규모 물량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약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국내외 총책들에게 마약류를 공급하며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 수사 당국은 최씨가 단순한 유통업자를 넘어 동남아 마약 공급망의 핵심 고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체적인 범죄 사실을 살펴보면 최씨는 독일과 라오스 등지에서 세 차례에 걸쳐 필로폰 약 10.9kg을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박왕열을 포함한 국내 유통책들에게 엑스터시 4,955정, 케타민 3.52kg, 필로폰 50g 등을 판매하며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특히 2020년 9월에는 박왕열에게 엑스터시 3,000정과 케타민 약 2kg을 한꺼번에 넘기는 등 대담한 거래를 지속했다.

최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상징하는 '청담'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마약 거래 대금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만 결제받는 방식을 택하여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철저히 차단하고자 했다. 이러한 지능적인 수법은 익명성을 악용한 마약 범죄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주며 사법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합동수사본부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강도 높은 보강 수사를 통해 최씨의 추가 범죄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수사팀은 최씨가 2021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라오스에서 필로폰 약 10kg을 추가로 밀수입한 사실을 포렌식 자료 분석을 통해 확정했다. 이로써 최씨의 공소사실에는 그가 관리한 필로폰 44.2kg, 케타민 44.2kg, 엑스터시 7만 1,811정이라는 방대한 물량이 포함됐다.

최씨의 도피 과정 역시 법망을 조롱하는 초법적인 행위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는 2020년 10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고 합성 사진을 이용해 여권을 부정하게 발급받아 캄보디아로 밀출국했다. 앞서 2016년에는 카지노 출입을 목적으로 대만 국적의 위조 여권을 사용하는 등 반복적으로 국가 행정 체계를 기만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유통을 통해 벌어들인 수십억 원 상당의 수익금은 차명 계좌와 가상자산을 거치며 교묘하게 세탁됐다. 최씨는 이렇게 세탁된 자금을 태국 등 해외 도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줄로 활용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합수본은 금융정보분석원 및 국가정보원과 협력하여 최씨가 은닉한 모든 자산을 끝까지 추적하여 국고로 환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합수본은 2만 2,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공범 사건 기록을 정밀 분석하며 최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전담수사팀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재검토하여 최씨의 공급망 지도를 완성하는 등 과학 수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합수본 관계자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 등과 연계해 해외 밀수 총책 수사와 송환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강조하며 범죄자와의 타협 없는 전쟁을 선포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과 관련하여 공소사실 중 일부 물량의 실제 유통 여부를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마약 범죄의 특성상 압수되지 않은 물량에 대한 입증 책임이 검찰에 있는 만큼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이미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최씨의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향후 재판은 최씨가 국내 마약 시장에 미친 해악을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체류 중인 마약 총책들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마약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역량 총동원은 이제 선택이 아닌 법치 수호의 필수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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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에 필로폰 공급한 '청담' 최병민 구속기소... 88kg급 마약 카르텔의 실체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