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26일 부결됐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제명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이에 따라 신·구당권파의 갈등이 계속되게 됐으며, 최악의 경우 분당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또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복원도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됐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의 당사자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상정했으나, 13명의 재적의원 가운데 7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6표, 무효 1표로 결국 부결됐다.
제명안에는 심상정 노회찬 강동원 정진후 서기호 의원 등 신당권파 측 의원 6명이 찬성했으나,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점쳐졌던 김제남 의원이 찬반표시를 하지 않은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제적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두 의원을 비롯한 구당권파 의원 5명은 의총에는 참석했으나 표결에는 불참했다. 구당권파 측의 이상규 의원은 외부 일정으로 의총에 불참했다.
두 의원은 이미 중앙당기위원회에서 제명당했으나, 정당법에 따라 최종 제명처리가 되려면 소속 재적 의원의 과반인 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심상정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의총 직후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제명안 부결로 인해 신·구당권파간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며, 신당권파 측 당원들이 탈당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어 향후 분당사태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복원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전제로 두 의원의 제명을 주장해왔다.
여야가 원구성 합의 시 추진하기로 한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처리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자격심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두 의원에 대한 제명 등 통합진보당의 내부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석기 의원은 제명안이 부결된 뒤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말했고, 김재연 의원은 "당이 상처를 딛고 통합과 단결을 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표결에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었으나 결국 부결에 손을 들어준 김제남 의원은 "13명 의원이 국민이 주신 혁신의 길을 함께 책임지며 가겠다"면서 "당원들이 겪는 갈등, 대립, 아픔, 상처가 아직 깊은데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