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를 병문안 하고 나온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셈법이 꼴사납다. 종북논란을 일으키려는 여권과 종북논란을 방어하려는 야권의 낭비적인 입씨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 후 높아진 관심을 바탕으로 발의되고 심지어 국회정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테러방지법을 10년째 다듬지도 통과시키지도 못한 정치인들이 마크 대사를 볼 낯이 있는 것인지 묻고싶다.
테러는 일반 폭력행위와 명백히 다르다. 사회적 파장과 공포를 유발시키기 위한 우발적이고 맹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신념과 소신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당한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다고 폭력을 동원한다면 우리 사회에 위협이 된다. 폭력을 통해 관심을 받는 것을 확인하고 더 큰 폭력을 기획한다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단순 폭력범과 달리 의도를 가진 기획폭력이라면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방지가 필요한 테러로 규정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테러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 정서와 평화유지를 위해 용인하고 있지만, 북한세력이 점령한 땅은 헌법상 우리 땅이며 핵을 개발하고 대규모 군대 조직을 보유한 초대형 위협세력이다. 6,25 전쟁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도끼를 들고 내려오기도 하고 비행기를 폭파시키고, 때때로 포탄을 쏟아내며 선전전을 벌이고 대한민국 영토에 간첩을 보내고 각종 국내 조직과 연계 활동을 하고 있다. 비록 김기종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지 않았더라도 북한의 주장이 그의 활동에 영감을 주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김씨의 테러를 개인의 일탈행동으로 한정한다면 사회불만 세력이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테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종북논란에 열을 올리는 지금 형국은 테러방지와 사회안정망 구축에 도움이 안된다.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을 향해 북한을 추종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논점을 일탈시켜 국민의 호응을 잃고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만 낭비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표현의 자유를 가진 나라다. 국민 각각의 생각이 옮은지 그른지를 국가가 정하고 계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고 처벌해서도 안된다. 테러는 개인과 조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국민에 대한 테러를 할 수 있기때문이다. 과거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은 본인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사회에 강요하기 위해 국가기관과 경찰 조직, 심지어 군 조직까지 활용하여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간첩으로 몰고 총을 쏘고 탱크까지 동원하여 대국민 테러를 자행했다.
테러방지법은 생각과 사상의 탄압이 아닌, 폭력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소신을 막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개인과 조직뿐 아니라 국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폭력을 동원하려 할때 사회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공권력이란 사회 안전을 위하여 국민의 합의에 따라 준 권력이다. 자신의 소신을 이루기 위해 폭력적 수단을 활용하려는 자가 있다면 사회에 대한 모든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 다양한 사상과 생각을 용인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주장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폭력을 동원하려한다면 개인과 집단은 물론 국가권력까지 테러로 규정하고 모든 활동을 금지시키는 강력한 제재방안이 논의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잘못된 소신에 근거한 폭력행위는 처벌대상을 넘어 금지와 저지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