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물건 부족해지자 전세값이 오르자 전국의 집값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중저가 주택 매매로 돌아서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6·17 부동산 대책 직후 수준으로 올랐고,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김포는 갭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며 주간 상승률이 2%에 육박하는 등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전세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 입주 물량도 올해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세난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 0.17% 상승…6·17대책 이후 4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한국감정원은 11월 첫째 주(2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이 0.17% 상승해 지난주(0.13%)보다 오름폭이 커졌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주 상승률은 올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넷째 주(0.22%)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수급 불안으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중저가 주택 매수로 전환하면서 전국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며 "다만,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증가한 수요가 중대형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중저가 아파트, 외곽 중심으로 상승세 확대
서울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올라 최근 10주 연속으로 0.01% 올랐던 지루한 횡보를 끝내고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에서는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랑구는 이번 주 0.08% 올라 2018년 10월 첫째 주(0.10%)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서울 자치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원구와 강북구가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3%로 상승 폭을 키웠고, 관악구가 지난주와 같이 0.03% 올라 상승률 상위 4개 구에 들었다.
강남 3구는 매수·매도 모두 관망세를 보이며 강남(-0.01%)·서초(0.00%)·송파구(0.01%) 모두 지난주와 같은 변동률을 보였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5% 올라 지난주(0.11%)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7·13 대책 직전인 7월 둘째 주(0.16%) 이후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경기도도 0.23% 상승해 4개월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감정원 관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모든 규제지역의 주택 거래에서 자금조달계획서와 그 증빙자료까지 모두 제출하도록 규정이 강화돼 그 전주에 주택거래량이 크게 늘었는데, 이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포 3주간 1억4천만원↑ '과열'…지방 아파트값 사상 최고 상승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수도권 아파트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입주를 앞둔 경기도 아파트의 분양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번 주 경기도에서는 비규제 지역으로 남은 김포시의 아파트값이 1.94%나 폭등하며 시장 과열 신호가 켜졌다.
김포 걸포동 오스타파라곤2단지 전용 119㎡는 지난 9월 26일 5억2천200만원(5층)에 매매됐던 것이 지난달 24일에는 6억7천만원(12층)에 거래돼 한 달 새 1억2천만원 급등했다.
구래동 호수마을 e편한세상 84㎡의 경우도 지난달 11일 3억6천만원(4층)에 매매됐던 것이 지난달 30일 5억원(15층)에 계약서를 쓰면서 불과 3주 만에 1억4천만원이 뛰었다.
김포 A 공인 관계자는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집값이 싼 김포에 아예 집을 사려 내려오고 있다. 여기선 여의도나 마포로도 출퇴근이 가능해 그런 수요가 있다"며 "GTX-D 노선이 들어올 예정인 데다 비규제지역이어서 갭투자자들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와 함께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파주시(0.37%)와 고양 덕양구(0.37%), 용인 기흥구(0.28%) 등도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인천도 이번 주 0.15% 올라 지난주(0.12%)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연수구(0.15%→0.21%)와 미추홀구(0.09%→0.19%) 등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방의 집값도 오르고 있다. 지방 아파트값은 이번 주 0.23% 올라 한국감정원이 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2년 6월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지방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뜻한다.
부산이 지난주 0.30%에서 이번 주 0.37%로, 대구가 0.26%에서 0.30%로, 대전이 0.24%에서 0.41%로 각각 올랐고, 울산은 0.27%로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산은 해운대구(0.84%)와 동래구(0.50%), 부산진구(0.43%) 위주로 올랐고, 대전은 유성구(0.76%)와 서구·대덕구(0.31%) 등이 상승을 이끌었다.
세종은 0.24%에서 0.25%로, 충남은 0.17%에서 0.23%로, 전북은 0.09%에서 0.15% 각각 올라 전주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전국에서 전주보다 상승률이 낮아지거나 같았던 곳은 강원(0.14%→0.12%)과 제주(-0.01%→-0.01%) 두 곳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