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러시아의 도발을 막기 위한 압박 강도를 최고 수위로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 그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상대국의 국가원수를 직접 겨냥해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외교 관례상 아주 이례적인 경우로,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맞서기 위한 군사적 대비책 강도도 한층 더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동유럽 파병 대기 명령이 내려진 8천500명의 미군 가운데 일부가 머지않은 시점에 이동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전날 미군 8천500명에 대해 유럽 배치 준비태세 강화 명령을 내려 여차하면 5일내 동유럽에 투입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머물며 우크라이나 사태 대책 마련에 몰두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예정에 없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두 장관이 백악관에서 2시간가량 머물다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당초 외부에 공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에는 이들 두 장관과 회의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미군의 동유럽 파병 검토뿐만 아니라 대러시아 제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공식화한 모습이다.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유럽 지역 에너지 공급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단위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며 유럽의 경제적 숨통을 죌 경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와 미국 등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 중"이라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전체 가스 공급량의 3분의 1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유력 경로 중 하나로 지목되는 벨라루스에 대한 압박도 병행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혹독한 대가를 경고했듯 벨라루스가 자신의 영토를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용하도록 허락한다면 미국과 동맹으로부터 즉각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러시아가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테러리스트 목록에 추가한 것을 규탄하며 그의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과 동시에 외교적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의 대응을 거들며 러시아를 향해 일종의 화전양면전술을 구사한 셈이다.
그는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긴장 완화 조치 및 러시아의 우려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이번 주 내에 서면 제안을 러시아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외교적 해법은 있지만, 이는 러시아가 긴장 완화에 나서고 나토 및 동맹들과 신의에 기초한 정치적 대화에 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동유럽에 파병되는 미군은 물론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군과 나토군을 미리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경우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런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다만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CNN에 출연,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우크라이나로의 파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것은 동맹의 결정이 될 것"이라며 "나토 동맹이 병력 배치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