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 예외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등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산 기술을 적용해 만든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 대상에 주요국 중에선 한국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주요국은 중국과 인도 정도다.
현재 일본과 유럽연합(EU),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같은 핵심 우방국 대부분이 미국의 FDPR 규제 면제 대상에 들었으나 한국은 제외됐다. 이로 인해 당장 기업들의 러시아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동참 요구에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이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8일 서울 무역센터에서 전문무역상사 등과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무역상사 관계자들에게 "미국의 대러 수출 통제 조치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과 국장급 협의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직접 미 고위층 인사들과도 접촉하겠다고 언급했다.
미 상무부가 앞서 지난 24일 발표한 러시아 수출 통제에는 FDPR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기술에 대해서는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과 SW를 사용했다면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러시아 수출이 가능하다.
여 본부장은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피해 예방을 위해 FDPR 적용의 예외 확보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대 러시아 수출 통제의 적극적인 동참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측과의 협의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무역상사는 수출입 역량이 우수한 무역전문기업으로 지정된 상사로, 현재 332개가 지정돼 있다. 이날 회의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성물산, LX인터내셔널, 현대코퍼레이션, 한국무역협회, 수입협회 등이 참석했다.
상사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원자재 대체지역 비중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 시 원자재 수급 불안과 물류 운송 차질, 대금 결제 애로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예프주에서 연간 최대 250만t(톤)의 곡물 출하가 가능한 곡물터미널을 가동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곡물터미널 피해는 없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신규 구매 및 판매계약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전략물자관리원에 설치된 수출통제 대응 전담반 '러시아 데스크'에도 운영 시작 이틀만인 지난 26일까지 총 60건이 넘는 기업 애로사항이 접수됐는데 미국의 제재에 따른 산업별·품목별 대러 수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뤘다.
상사업체들은 미 정부의 러시아 전략물자 등 수출통제 조치에 따른 불확실성을 거론하면서 산업부에 신속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이에 여 본부장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측과의 협의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기업들에 대한 정보 제공, 애로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코트라와 무역협회 등에 개설된 전담창구를 통해 정보공유와 함께 물류·거래차질 해소, 법률 컨설팅 등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