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 중순부터 숙박시설로 사용하지 않는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생숙 대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생숙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전입신고까지 해 주택처럼 사용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다.
▲생숙 10만여실 이행강제금 대상…"오피스텔 전환도 어려워"
생활형 숙박시설은 건축법상으론 소유자가 직접 거주할 수 없는 숙박시설이 분명한데, 실제로는 집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국토부는 2021년 초 건축법에 생숙을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숙박업 신고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생숙을 주거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변경을 하라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2021년 10월 15일부터 올해 10월 14일까지 2년간 바닥난방과 발코니 등 일부 건축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주거 사용에 따른 건축법 위반으로 부과하는 이행강제금도 2년간 유보했다.
그 이행강제금 부과 시기가 올해 10월 15일부터로, 불과 한달 반밖에 남지 않았다.
이행강제금 규모는 공시가격의 10%로, 공시가격이 10억원짜리 생숙이라면 연간 이행강제금이 1억원에 달한다.
생숙을 집처럼 쓰던 소유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 따르면 현재 건축돼 운영 중인 생숙은 전국적으로 10만3천실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난 2년간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한 사례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A호텔 등 1천200실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건축 중인 생숙을 제외하더라도 전체의 1%선에 불과한 수준이다.
생숙 소유자들은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건축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발한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김태규 총무는 "오피스텔 기준의 주차장과 통신실, 방화설비, 피난계단 거리 등을 갖추려면 아예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판"이라며 "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지구단위계획도 변경해야 하는데 이 또한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생숙 소유자 "강제금 과도, 주거허용을"…전문가 "현실적 해결책 필요"
생숙 분양자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크다고 호소한다. 주거 이용을 금지하면서 매매 거래가 전혀 안된다는 것이다.
2020∼2021년 서울 등 수도권에 인기리에 분양됐던 생숙은 한 때 억대 프리미엄이 형성됐지만, 지금은 분양가 이하에도 안팔리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인천의 생숙을 분양받았다는 한 분양계약자는 "갑작스러운 정부 규제로 생숙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고, 전세도 놓을 수가 없게 됐다"며 "주인이 거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분양을 받았으니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생숙 분양자들은 내달 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생숙 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 사이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국토부는 "생숙은 과거에도 주거가 불가한 상품이었다"며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종 건축물이 횡행하는 동안 명확한 법적 설명 미비, 관리 부실 등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지자체가 현실적인 구제 방안을 만들어서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과거 오피스텔이나 기숙사도 주거시설이 아니었지만, 주거로 쓰는 수요가 늘면서 양성화된 것을 사례로 든다.
이미 다 지어진 생숙에 대해 규제를 소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경기대 김진유 교수는 "생숙은 과거에 거주를 금지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만큼 주택에 필요한 학교 등 기반시설 비용 일부는 입주자에게 부담시키되, 이행강제금은 최소화하는 등의 구제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