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외손주 태어난 날 쓰러진 67세 가장, 마지막 퇴근길에 3명 구했다

강선원 기자

외손주가 태어난 기쁜 날, 30년간 성실히 일해온 67세 가장이 회사에서 쓰러져 '마지막 퇴근길'에 3명의 생명을 구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1일 김기웅 씨(67세)가 지난 1월 10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장 1개와 신장 2개를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고 발표했다.

김 씨는 외손주가 태어난 바로 그날 직장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30년간 한 회사에서 성실히 일해온 그는 더 이상 의식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김 씨의 평소 성품을 떠올렸다. 그는 생전에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하고 베풀기를 즐겨했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라면 분명 이런 선택을 하셨을 것"이라며 유족들은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김 씨의 딸은 "아빠처럼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씨가 기증한 장기는 생명이 위급했던 3명의 환자에게 각각 이식됐다. 간 이식을 받은 환자 1명과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 2명 모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한 분의 숭고한 결정이 여러 생명을 구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고인의 뜻이 생명나눔의 소중한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30년간 한결같이 가정을 책임진 가장의 마지막 선택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타인을 향한 사랑이었다. 외손주가 세상에 온 날, 할아버지는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며 영원한 퇴근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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