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신현송 한은 'CBDC 소통' 공언…뒤에선 '12명 해촉' 반전

강혜경 기자

2026년 4월 24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추진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을 공언한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하루 전, CBDC 정책 핵심 자문라인인 '머니앤뱅킹 미래포럼' 자문위원 12명 전원을 해촉하며 디지털 금융 혁신 드라이브의 첫발부터 '소통 역행' 논란에 휩싸였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 4월 21일 취임사에서 CBDC 등 '디지털 금융 혁신'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그간 한국은행의 외부 전문가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이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되어 온 터라, 신 총재의 이 같은 행보는 취임 일성부터 '엇박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충격적인 해촉 통보는 신 총재 취임 하루 전인 4월 20일, 이창용 전 총재의 퇴임일에 맞춰 이뤄졌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정책 자문기구인 '머니앤뱅킹 미래포럼' 소속 자문위원 12명 전원에게 구체적 사유 없이 이메일로 해촉이 통보된 것이다. 2023년 6명으로 출범해 이후 12명으로 확대된 이 포럼은 이 전 총재 시절 대외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위촉 당시 별도의 임기 명시나 한시적 운영 기구라는 설명은 없었다.

갑작스러운 해촉에 위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포럼 관계자는 "취임사에 앞서 이뤄진 조치라 더 의아하다"며 "CBDC 등 미래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소통 창구를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특히 A 자문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문기구는 특정 총재가 아닌 한국은행을 자문하는 조직"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B, C 자문위원 등 복수의 위원들 역시 사전 논의나 명확한 설명 없는 일방적인 해촉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포럼의 여러 역할이 혼재된 만큼 한 차례 정리를 거쳐 향후 운영 방향을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필요시 "부서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외부 자문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부 자문기구의 전면 해체는 신 총재의 취임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내부 중심의 의사결정 기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물론 신 총재가 취임 이틀 만인 4월 2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재정·통화 공조'를 약속하는 등 대외 소통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위급 소통과는 별개로, 정책의 세부적인 방향과 실행력을 좌우할 전문가 그룹과의 '양방향 소통'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 총재는 인사청문회에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보완적·경쟁적 공존 구상을 밝히는 등 디지털 금융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중대한 미래 통화제도 설계를 추진함에 있어 초기 소통 방식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경우, 정책의 신뢰성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CBDC 등 난이도 높은 미래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외부 전문가 및 시장과 소통하며 신뢰를 구축해 나갈지가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신현송 총재가 약속한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이 진정으로 실현될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한국은행의 CBDC 추진 로드맵이 폐쇄적 운영 기조를 벗어나 열린 자세로 정책의 신뢰와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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