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윤리적 경고를 넘어 전 세계 전장에 본격적으로 배치되며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급변시키고 있다. 2018년 AI 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적 보이콧과 기업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2026년 현재 방산 AI 시장은 급팽창하며 미 국방부는 AI·자율시스템에 134억 달러를 배정했다. 이 기술의 실전 배치는 민간인 희생을 수반하며 통제 불가능한 '열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윤리적 경고를 넘어 전 세계 전장에 본격적으로 배치되며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급변시키고 있다. 2018년 당시 세계 30개국 50여 명의 AI 연구자들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국방 AI 협력에 공개 보이콧을 선언했고, 구글 내부에서도 4천여 명의 직원이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메이븐' 사업 참여를 반대하며 사직하는 등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AI 방산 시장은 급팽창하여, 안두릴과 같은 스타트업은 기업가치 600억 달러를 목표로 투자 협상을 벌이고 미 국방부는 AI·자율시스템에 134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기술의 군사적 적용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술의 실전 배치는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에서 민간인 희생을 수반하며 인류의 통제 불가능한 '열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018년 당시 AI 연구자들은 "자율무기가 개발되면 전쟁의 세 번째 혁명이 될 것"이라 경고하며 "판도라의 상자는 한 번 열리면 닫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AI의 도움을 받은 자율무기가 "전쟁을 어느 때보다 빠르고 큰 규모로 치를 수 있게 할 것이고, 독재자와 테러리스트들은 윤리적 제약을 무시하고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에 직면한 신성철 당시 KAIST 총장은 "인간 존엄에 반하는 어떤 연구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며 의미 있는 인간의 통제가 없는 자율 무기 연구는 하지 않겠다"고 공개 발표했다. 구글 역시 당시 순다르 피차이 CEO가 'AI 원칙'을 게시하며 무기 개발 등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기술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기업 윤리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22년 발발하여 4년 넘게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AI 드론이 본격적으로 데뷔하며 현대전의 개념은 급변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AI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은 무인 전투기 '퓨리'(Fury)를 지난 3월 오하이오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갔다. 방위 데이터 AI 분석의 선두 주자인 팔란티어는 세계 시가총액 40위권 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미국 정부 상대 매출액이 18억5천500만 달러에 이르렀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는 "우리 회사는 서방과 미국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팔란티어는 기존 체제를 뒤흔들고 우리가 협력하는 기관을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며 필요할 때는 적들을 위협하고 때로는 그들을 죽이기도 한다"고 거침없이 발언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과 2월 말 시작한 이란전에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의 도움을 받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앤트로픽이 대규모 감시나 인간 감독 없는 자율 무기에 자사 AI 모델 사용을 제한하자, 미 정부는 오픈AI나 구글 등 다른 AI 모델을 활용하려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군사 AI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8년 전 '전쟁 사업'에 반발했던 구글 내부에서는 지난 27일 AI 부문을 중심으로 약 600명이 피차이 CEO에게 국방부와의 협력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으나, 구글 경영진은 8년 전과 달리 계약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은 2018년 제정했던 AI 원칙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개정하며 AI를 무기나 감시 등에 사용할 수 없다는 금지 항목을 삭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쟁에 AI를 활용하는 편이 인류를 위해 더 낫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는 팔란티어 플랫폼과 AI 드론 덕분에 압도적인 전력 열세에도 러시아의 진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간 병사의 생명 대신 기계가 희생되는 편이 낫다는 논리나, 정교한 AI가 도입되면 민간인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탄생한 핵무기가 과거 냉전 시절 '핵에 의한 평화'(Pax Atomica)로 이어졌듯이, 강력한 AI 발전이 미국과 중국의 양극화와 신냉전 속에서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핵무기의 역사는 정반대의 교훈도 남겼다. 이른바 '불량국가'들은 단번에 열세를 뒤집으려고 오히려 비대칭 전력으로서 핵 개발에 사활을 걸었고, 이는 북핵 위기와 이란 핵 갈등으로 이어졌다. AI가 맹활약한 이번 이란 전쟁 역시 핵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무기 자체에는 핵에는 없는 위험이 따라붙는다. 인간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자율성, 의사결정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는 불투명성,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가 결합하면 우발적 확전 위험은 오히려 핵보다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책임의 공백도 따라오며, 민간인 희생 최소화 주장이 무색하게도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된 이란 전쟁에서 초등학교 어린이 170여 명이 공습으로 사망하는 등 민간인 참사가 반복되었다.
전장의 AI는 사법·행정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팔란티어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불법 체류자 색출·추방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위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오픈AI의 GPT 모델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년 전 AI 연구자들이 경고한, 전쟁을 어느 때보다 빠르고 큰 규모로 치를 수 있게 하고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사용되는 AI는 어느새 현실이 된 것이다. AI 열풍의 시작점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조차 AI를 핵에 빗대 그 위험성을 설명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국제적인 AI 조율 기구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교수가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이에 귀 기울이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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