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저출생 위기, 가족 중심 정책 전환 촉구…3세대 동거형 주택 대안 제시

음영태 기자
저출생 위기, 가족 중심 정책 전환 촉구…3세대 동거형 주택 대안 제시
©연합뉴스

 

한국가족단체협의회 등 10개 단체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현행 주거 및 돌봄 정책의 혁신을 요구하며, 특히 3세대 동거형 공공주택 보급 방안이 핵심 대안으로 제안되었다. 차기 서울시장에게 가족 친화형 정책 수용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도 발표되었다.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주거 및 돌봄 정책 패러다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나왔다. 한국가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10개 단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민토론회 및 가족 중심 저출생·인구가족 정책 매니페스토 공동선언'을 통해 이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였다. 기존 1~2인 가구 중심의 주택 설계가 3세대 동거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지적하며, 가족 형태 변화에 부합하는 주거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현재 주택 구조가 조부모의 돌봄 참여를 제도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돌봄 부담을 외부 서비스로 전가하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가족의 자연스러운 연대와 돌봄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주택 정책이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기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 원장은 해결책으로 동일 주택 내에서 독립 출입구와 욕실을 갖추되 공동 거실을 공유하는 '3세대 동거형 공공주택'을 표준 모델로 설계하고, 임대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다세대 가족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족 내 돌봄 기능을 강화하여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시장 질서 내에서 정부의 역할 확대를 통한 효율적인 주거 지원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최은실 고려대 겸임교수(소비와가치연구소장)는 고등학교 단계부터 예비 부모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년 세대가 자녀 양육을 자기 행복과 연결 지을 수 있는 토대를 학교에서부터 구축하여, 학생들이 이른 시기부터 부모 됨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과 실질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래 세대의 가족 가치관 정립에 대한 사회적 투자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최 교수는 또한 '상위 1% 초호화 양육 예능 프로그램' 등이 소비 지향적 양육 관행을 조장한다고 지적하며, 미디어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가족이 누리는 소소한 기쁨과 연대의 가치를 조명하는 미디어 환경 조성이 건전한 가족 가치관 형성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미디어가 사회적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책임 있는 콘텐츠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마지막 순서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며 차기 서울시장에게 네 가지 주요 정책 의제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가족 친화형 주거 정책으로의 근본적 전환, 포용적 돌봄 체계 구축, 성별·세대 갈등을 초월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 그리고 사회문화적 가치관 재정립을 위한 미디어·교육 환경 개선이 핵심 요구사항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가족단체협의회는 지난해 7월 16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결성된 연대기구이다. 이 단체는 공식 출범 이전인 2021년부터 '가정 평화 포럼'과 'K-가족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가족 가치 확산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시민사회 주도의 정책 제안이 향후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주거 정책 전환이나 교육 과정 편성 제안이 시장 경제 원칙과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개입의 실효성과 범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의 효과성과 더불어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이번 공동선언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주거, 돌봄, 교육, 미디어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 없이는 인구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제시된 정책 대안들이 향후 지방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 어떻게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속적인 사회적 합의 도출과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저출생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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