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사모대출 펀드를 대상으로 자산 가치 조작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블랙록 TCP 캐피털이 순자산 가치를 19% 하향 조정하며 시장에 충격을 준 직후 이루어졌으며, 사모대출 업계 전반의 자산 평가 관행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이 최근 몇 달간 블랙록 TCP 캐피털을 상대로 자산 가치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해당 펀드가 운용 중인 자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하여 수수료를 과다 수취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랙록 TCP 캐피털은 기업가치 1억 달러에서 15억 달러 사이의 중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로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거래 중이다.
해당 펀드는 지난 2018년 블랙록이 테넌바움 캐피털을 인수하면서 그룹 내 핵심 사모대출 포트폴리오로 편입된 바 있다. 지난 1월 블랙록 TCP 캐피털은 일부 자산의 부실화를 이유로 작년 4분기 기준 순자산 가치가 직전 분기 대비 19% 급락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발표는 사모대출 시장의 자산 평가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으며 올해 1분기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걸친 대규모 환매 요구의 도화선이 되었다.
사모대출은 은행권이 아닌 비은행 금융중개회사(NBFI)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자 자산운용사와 투자회사들이 규제의 틈새를 공략하며 시장 규모를 팽창시켜 온 결과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비은행 금융권의 잠재적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블랙록 측은 자산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전자상거래 브랜드 통합업체인 레이저(Razor) 등 특정 투자처의 부실을 지목했다. 브랜드 통합업체는 팬데믹 기간 온라인 쇼핑 수요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했으나 이후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주택 개조업체 리노보 홈파트너스의 손실 확대 역시 전체 펀드 가치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이 클레이튼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과거부터 사모대출 자산의 불투명한 평가 방식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최근 열린 콘퍼런스에서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산 가치를 허위로 표시하는 행위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 범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클레이튼 지검장은 취임 전 미 최대 사모대출 금융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이사직을 역임하여 해당 시장의 구조적 생리에 능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특정 섹터의 업황 부진에 따른 일시적 손실을 과도하게 사법적 잣대로 재단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사모대출 특성상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아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지만 이를 곧바로 고의적인 조작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사가 투자자 보호보다 운용 보수 확보에 치중했다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사법 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수사가 뉴욕 맨해튼을 관할하는 미 최고 정예 검찰 조직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블랙록이 자산 가치 하락 징후를 인지하고도 공시를 지연했거나 내부 평가 지침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정밀 분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1조 7,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사모대출 시장은 자산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 감사 강화와 공시 기준 엄격화라는 변화에 직면할 전망이다. 블랙록 수사 결과에 따라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전수 조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담보로 했던 사모대출 펀드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재평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시장의 유동성 위축과 자금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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