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정용진 신세계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혐의로 5·18 단체에 피소

이겨례 기자
정용진 신세계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혐의로 5·18 단체에 피소
©연합뉴스

 

5·18 관련 단체들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마케팅 문구를 문제 삼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경찰에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고소는 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 게시된 홍보물이 유족과 시민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에 근거한다.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유공자회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며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공법 3단체가 스타벅스 코리아의 마케팅 문구를 문제 삼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경찰에 고소하며 법률적 대응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28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민원실을 방문하여 5·18 특별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 혐의를 적시한 고소장을 공식 제출했다. 이번 법적 조치는 지난 18일 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공식 채널에 게시한 텀블러 홍보물이 발단이 되었다. 기업의 홍보 활동이 국가적 비극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사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문제의 게시물에 포함된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은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의 폭력적 사건들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18 단체 측은 '탱크'라는 단어가 당시 광주 시내에 투입된 계엄군의 장갑차를, '탁'이라는 의성어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안 당국의 은폐 시도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구의 사용은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광주 시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모욕과 명예훼손을 가한 행위로 규정되었다. 기업이 마케팅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다 사회적 통념과 역사적 금기를 위반했다는 것이 고소인들의 핵심 논거다.

정용진 회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관련 단체들은 그 진정성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고소장 제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 회장의 사과가 오히려 가해 행위를 옹호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과를 한다면서도 일종의 옹호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며 그룹 총수의 진심 어린 반성이 확인될 때까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경영진의 사과 방식이 피해자들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평가와 궤를 같이한다.

신세계그룹 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시도하고 있는 물밑 접촉 역시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며 역효과를 내고 있다. 5·18 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세계 측은 최근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구하며 연락을 취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체들은 이러한 행위를 진정한 사죄가 아닌 법적·사회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로비' 행위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기업의 위기 관리 방식이 피해 단체와의 신뢰를 구축하기보다는 실무적 해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번 고소는 단일 사안을 넘어 신세계그룹 전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광주 남부경찰서에는 다른 유공자와 유족들이 정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며 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정 회장의 출국금지를 강력히 요청한 상태다. 지난 20일에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수사 기관의 개입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었다. 이는 기업 총수가 마케팅 과정의 세부 사항에 대해 어디까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전례 없는 법리 다툼을 예고한다.

시장 질서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관점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도한 사법 리스크로 번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마케팅 담당자의 단순한 단어 선택 실수를 그룹 총수의 형사 처벌로 연결 짓는 것은 법적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다. 기업 측은 고의성이 없었음을 소명하고 피해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중의 감정과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법리적 방어 논리만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5·18 특별법의 실효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를 규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고소장에 적시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게시물의 고의성과 비방의 목적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 윤남식 회장은 "그룹 총수의 진정한 사과가 이뤄질 때까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법적 투쟁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수사 기관은 마케팅 기획안의 결재 라인과 최종 승인 과정에서 역사적 비하 의도가 개입되었는지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향후 경찰의 수사 방향은 정용진 회장의 소환 여부와 신세계그룹에 대한 강제 수사 착수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신세계그룹 전반의 ESG 경영 평판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 수립 시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직면하게 될 경영상의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사법 당국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신세계그룹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법적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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