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전 세계 재외공관을 통해 한국 기업의 무역 사기와 부당 관세 추징 등 현지 애로를 해결한 137건의 모범 사례를 공개했다. 재외공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수억 원대 사기 피해를 복구하고 15억 원 규모의 미수금을 회수하는 등 기업의 실질적 경영 위기를 타개한 성과가 확인되었다.
외교부는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재외공관이 한국 기업을 지원하고 현지 법적·행정적 난관을 극복한 사례 중 137건을 엄선하여 사례집을 28일 발간했다. 이번 사례집은 비자 발급 지연부터 무역 사기, 공사 대금 미지급, 심지어 직원 구금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외교적 역량으로 타개한 과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당국의 불합리한 처사나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실질적인 보호막 역할을 수행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아프리카 부룬디에서는 커피 생두 2천 자루를 주문하고 약 2억 3천만 원을 송금한 한국 기업이 생두 대신 잡초를 받는 황당한 무역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2025년 6월 발생한 이 사건에서 현지 경찰은 피해 기업을 돕기는커녕 범인 검거 수행 명목비로 약 1천만 원의 추가 금전을 요구하며 수사를 지연시켰다. 이에 주르완다대사관이 나서서 현지 당국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하며 외교적 압박을 가했다. 대사관은 공조 수사를 주도하여 일주일 만에 케냐에 거주하던 범인을 부룬디 공항으로 유인해 체포하는 성과를 거두며 기업의 추가 피해를 막았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은 현지 관세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약 6억 4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수입세 추징 위기에 직면했다. 2025년 8월 베트남 당국은 해당 기업의 품목 분류에 오류가 있다며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려 했으나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주호찌민총영사관은 즉각 지원에 착수하여 베트남 세관의 품목 분류 방식이 국제 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음을 법리적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전문적인 외교 대응 결과로 베트남 당국은 추징하려던 관세와 벌금을 전격 취소하며 해당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했다.
스페인에서는 한국 중소기업 두 곳이 현지 업체로부터 약 15억 7천만 원의 대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주스페인대사관은 기업의 요청을 받은 후 공관장이 직접 스페인 기업 회장과 오찬 자리를 마련하여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고위급 중재 채널을 가동했다. 대사관의 신속하고 전략적인 조치 덕분에 해당 기업들은 미수금 전액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며 유럽 시장 안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는 민간 영역의 분쟁에서도 국가의 외교적 위상이 해결의 결정적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적 자원 보호와 긴급 재난 대응 측면에서도 재외공관은 기업의 생명줄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작년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의 무사 귀국을 위해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이 행정력을 집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이란 전쟁 발발 당시 주이란대사관은 현지 진출 기업인들의 긴급 대피를 최우선으로 지원하며 전 국민적 안도감을 자아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재외공관이 단순한 행정 기관을 넘어 우리 기업의 인적·물적 자산을 지키는 최전방 방어선임을 보여준다.
외교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업이 현지 진출 과정에서 겪는 애로를 해소하고 수출과 수주, 시장 안착을 도울 수 있도록 재외공관의 기업지원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해외 영토 확장을 지원하는 '세일즈 외교' 기조를 법치와 시장 질서 안에서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공관의 개입이 자칫 현지 사법 체계와의 마찰을 불러오거나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외교적 지원이 보편적 기준을 넘어 사적 분쟁의 영역까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국가 간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관의 개입은 국제법과 현지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며 진행되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향후 외교부는 재외공관의 기업 지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현지 법률 자문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기업들은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문제 발생 시 즉각적으로 공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대외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때 비로소 한국 기업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