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북핵 기밀 누설' 정동영 통일부 장관 검찰 배당, 안보 정보 관리 체계 시험대 올랐다

김영 기자
'북핵 기밀 누설' 정동영 통일부 장관 검찰 배당, 안보 정보 관리 체계 시험대 올랐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미공개 핵시설 소재지를 국회에서 발설한 혐의로 검찰의 정식 수사 대상이 되었다. 서울남부지검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정 장관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고 법리 검토를 포함한 기초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안은 한미 안보 공조의 신뢰 문제와 직결된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정무적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핵시설 관련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사법 기관의 본격적인 판단을 받게 되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정 장관에 대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고발 사건을 이첩받아 형사1부에 배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호준 부장검사가 이끄는 형사1부는 정 장관의 국회 발언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발언의 고의성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정 장관이 국회라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북 정보 당국의 기밀 사항을 언급했다는 점에 있다. 정 장관은 지난 3월 6일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며 기존에 대외적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영변과 남포시 강선 외에 평안북도 구성을 추가로 거론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보 자산의 구체적인 지명을 공식 석상에서 밝힌 것은 국가 안보 관리 체계상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국가 기밀로 취급되는 북한 내 전략 시설의 위치 정보는 정보 공유국 간의 고도의 신뢰를 바탕으로 관리되는 영역이다. 정 장관의 발언 직후 미국 측은 국내 외교안보 및 정보 관련 부처를 통해 상당한 수위의 항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한미 간의 대북 정보 공유 체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정보 자산의 노출에 따른 전략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통일부는 이번 검찰 배당과 관련하여 조직적인 방어 논리를 전개하며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통일부는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사건 배당은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절차상 조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조치를 본격적인 수사 착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법적 대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당시 발언의 근거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국제적으로 공개된 자료를 종합한 결과라는 점을 내세워 정 장관을 옹호했다. 통일부는 정 장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발언과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등 연구기관의 발표 및 기존 언론 보도 내용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정 장관의 발언이 공무상 기밀이 아닌 이미 공표된 사실의 재구성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은 정부 핵심 인사가 기밀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일부는 "수사 착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검찰이 사건을 형사부에 정식 배당한 이상 관련자 조사와 법리 검토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정보가 정무적 판단이나 부주의로 인해 노출될 경우 국가 이익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 상존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고발 사건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며 사법부의 객관적인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발에 따른 기계적인 절차 진행이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국회에서의 발언이 면책 범위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국가 기밀 유지라는 공직자의 기본 의무가 정무적 활동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원칙론은 보수적인 법치 질서 관점에서 강력하게 지지받고 있다.

검찰은 향후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이 실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관련 부처의 기밀 분류 체계를 점검할 예정이다. 정보 당국이 해당 지명을 어느 수준의 보안 등급으로 관리해 왔는지가 이번 수사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당 정보가 비공개로 관리되던 핵심 첩보로 판명될 경우 정 장관은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한미 안보 협력의 실질적인 피해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미국의 항의가 단순한 유감 표명을 넘어 정보 공유 제한 등의 실질적 조치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정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무위원의 발언은 그 무게만큼이나 엄중한 법적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장과 법치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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