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연초 줄어도 전자담배 2배 급증... 금연 대신 '갈아타기'에 가로막힌 금연 정책

이성경 기자
연초 줄어도 전자담배 2배 급증... 금연 대신 '갈아타기'에 가로막힌 금연 정책
©연합뉴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통계 집계 시작 이후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며 전체 담배 사용량 감소를 저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일반 연초 담배 흡연율은 소폭 하락했으나 전자담배가 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실질적인 금연 시도율은 오히려 40%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담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금연 정책의 실효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일반 궐련 담배의 현재 흡연율은 17.9%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포인트 하락했으나, 이는 금연 인구의 증가라기보다 담배 제품 간 이동에 따른 착시 효과에 가깝다.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률은 각각 6.3%와 4.5%로 상승하며 연초 담배의 하락분을 상쇄했다.

전자담배 사용률의 가파른 우상향 곡선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과 비교할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9년 3.3%였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지난해 6.3%로 90.9% 급증하며 사실상 두 배 수준으로 올라섰고,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2.6%에서 4.5%로 73.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전자담배가 흡연자들 사이에서 '덜 해로운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완전한 금연보다는 제품 교체를 선택하는 경향이 고착화되었음을 시사한다.

국민들의 금연 의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금연 시도율은 전자담배 확산과 반비례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0년 46.8%에 달했던 금연 시도율은 이후 매년 감소하여 지난해에는 40.6%까지 주저앉으며 금연 정책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담배 제품 사용률이 22.1%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반 담배(62.1%)와 더불어 두 종류 이상의 담배를 혼용하는 다중 담배 사용자 비중이 21.3%에 달한다는 점은 보건 당국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분석 결과와 관련하여 "다중 담배 사용자의 경우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금연 성공 가능성이 작아지고,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에 동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니코틴 중독으로부터의 탈피가 아닌, 오히려 중독의 형태를 다변화하고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전문가적 진단으로 풀이된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20대와 30대의 전자담배 선호 현상이 기성세대를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20대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9년 4.3%에서 지난해 8.8%로 두 배 이상 폭증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104.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별 기준으로는 여성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같은 기간 0.5%에서 1.4%로 180.0% 급등하며 남성의 증가율(52.5%)을 크게 상회하는 등 젊은 여성층의 담배 소비 행태 변화가 뚜렷했다.

경제적 수준과 담배 종류 간의 상관관계도 뚜렷한 특징을 보였는데, 이는 전자담배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을 뒷받침한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496만 3천 원으로 일반 담배 사용자(409만 5천 원)보다 약 87만 원 높게 나타났다. 사용자의 평균 연령 또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48.8세로 일반 담배(52.7세)보다 낮아, 비교적 젊고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이 전자담배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지역별로는 산업 단지가 밀집하거나 인구 유입이 활발한 지역의 담배 사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되었다. 전체 담배 제품 사용률은 충북(24.7%)과 강원·충남(23.8%) 순으로 높았으며, 세종(17.3%)과 서울(19.7%)은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경기(7.4%)와 세종(7.3%)에서 높은 사용률을 보였는데, 이는 해당 지역의 인구 구성과 경제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전자담배가 연초 담배보다 유해 성분이 적다는 점을 들어 이를 금연의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 의료계는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 중독을 유발하는 담배 제품일 뿐이며, 오히려 실내 흡연이나 다중 흡연을 유도하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적 시각을 유지한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전자담배 보급 확대가 전체 흡연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이러한 비판에 무게를 실어준다.

정부는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자담배를 포함한 통합적 금연 정책의 재설계에 착수할 방침이다. 임 청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이 성별, 연령별, 담배 제품별 특성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보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향후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연초 흡연율 하락에 안주하지 않고, 전자담배를 통한 니코틴 중독의 연쇄 고리를 끊어내는 정밀한 규제와 지원책 마련에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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