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반도체 비중 42% 돌파한 한국 수출, 877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 경신

정휘 기자
반도체 비중 42% 돌파한 한국 수출, 877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 경신
©연합뉴스

 

대한민국 수출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371억 6,000만 달러로 169.4% 폭증했으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42.3%까지 확대됐다. 일평균 수출액 또한 4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해 무역 역사상 처음으로 4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 수출이 반도체 산업의 압도적인 성장에 힘입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877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되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급증했다. 이는 중동 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거둔 성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입증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수출의 질적 측면을 나타내는 일평균 수출액 역시 사상 처음으로 4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은 4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 무역의 규모 확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과거 일평균 수출이 30억 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도약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수출 호조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 품목의 폭발적인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이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169.4% 늘어난 371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4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3개월 연속 수출액 300억 달러를 상회한 반도체는 이제 한국 경제의 명실상부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2.3%까지 치솟으며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24.4% 수준이었던 반도체 비중은 올해 들어 3월 38.1%, 4월 37.1%를 거쳐 마침내 40% 벽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장과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가 맞물린 결과다.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 가격 폭등은 수출액 증가의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DDR5 16Gb 제품의 가격은 1년 사이 4.8달러에서 37.5달러로 682% 상승했으며, 낸드 128Gb는 2.92달러에서 26.5달러로 807% 급등했다. 이러한 단가 상승에 힘입어 D램 수출은 369.8%, 낸드는 206.8%라는 경이로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 등 IT 관련 품목들도 반도체와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AI 서버용 SSD 수요가 늘어나며 컴퓨터 수출액은 290.7% 증가한 41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선통신기기 역시 12.6% 증가한 14억 6,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정보통신 기기 전반의 활황을 뒷받침했다.

비(非) IT 분야에서도 선박과 화장품 등 주력 품목들이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선박 수출은 16.7% 증가했으며, 화장품을 포함한 K-뷰티 품목은 24.2% 늘어난 11억 8,000만 달러로 역대 5월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차전지(31%)와 비철금속(41.5%)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관측됐다.

석유제품은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46.6% 증가한 52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 물량 자체는 전년 대비 23.8% 감소하여 가격 상승에 의한 수출액 증대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무역 수지 관리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현지 생산 확대와 중동 물류 차질로 인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5.9% 감소했으며 자동차 부품 또한 2.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조업일수 감소와 글로벌 물류 환경의 악화가 완성차 수출 전선에 일시적인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향후 업황 하강 국면에서 경제 전체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정 산업의 부침이 국가 전체 무역 수지를 좌우하는 구조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취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자율적 질서에 맡기되 품목 다각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반도체 외 품목들의 성장세도 유의미한 수준이라며 이 같은 우려에 선을 그었다.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라는 큰 빛에 가려서 다른 품목 수출이 잘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며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16.4% 증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소비재 수출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향후 수출 전망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으며 내년 초까지는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연간 수출액이 30.3% 증가한 9,2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동 정세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시장 효율성 중심의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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