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명의 위장' 탈세 파기환송심 징역 3년…법치 확립 경종

이겨례 기자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명의 위장' 탈세 파기환송심 징역 3년…법치 확립 경종
©연합뉴스

 

대리점 명의를 위장해 수십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은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 등을 인정해 김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41억 원을 선고하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었다. 이번 판결은 일부 공소시효 만료로 포탈 세액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의 조세 정의 실현 의무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는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정규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41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는 한편,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7년 기소 이후 약 9년 만에 내려진 사법부의 최종적 판단에 가까운 결론이다.

김 회장은 전국 각지의 타이어뱅크 판매점을 점주들이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현금 매출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세금을 포탈했다. 이른바 명의 위장 수법을 동원해 종합소득세 약 80억 원을 탈루한 혐의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상 본사 통제하에 있는 근로자인 점주들을 독립된 사업자로 꾸며 조세 부담을 회피한 것이 사건의 핵심이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수취한 혐의 역시 이번 재판에서 유죄의 근거로 작용했다. 김 회장은 위탁판매점 점주들로부터 노동력을 제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용역을 공급받은 것처럼 외관을 형성해 세무 당국을 기망했다. 아울러 주식 양도소득세 약 9,000만 원을 포탈한 혐의까지 더해지며 경영 전반에서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법 절차는 1심 선고 이후 수 차례의 반전을 거듭하며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2019년 1심 재판부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0억 원을 선고했으나,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 구속은 집행하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행정소송에서 포탈 세액이 55억 원으로 감액 조정되면서 형사 재판의 흐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2심 재판부는 김 회장 측이 제출한 소명 자료를 검토해 최종 탈세액을 39억 원으로 변경하여 판시했다. 다만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부분을 유죄로 뒤집으며 징역 3년과 벌금 141억 원을 선고하고 김 회장을 법정 구속했다. 이는 명의 위장이라는 기망 행위가 시장 경제의 근간인 조세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엄중한 판단에 근거한 조치였다.

대법원은 올해 1월 원심 판결 중 공소시효와 관련된 법리적 오류를 지적하며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의 귀속 종합소득세 중 일부가 시효 만료로 인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포탈 세액을 기존 39억 원에서 31억 5,000만 원으로 재산정하여 형량을 확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법부는 기업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와 조세 회피 전략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명의 위장을 통한 조직적 탈세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이번 판결은 대규모 프랜차이즈나 유통망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명의 위장 운영의 위험성을 알리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위탁판매 구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조세 포탈의 고의성을 부인해 왔다. 변호인단은 행정소송 결과를 인용하며 실제 포탈액이 수사 기관의 발표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부 면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상고 이유를 모두 배척하며 피고인의 유죄 책임이 무겁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선고로 인해 타이어뱅크는 창업주이자 최고 경영자의 경영 공백과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금 141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무적 부담 역시 법인의 자금 흐름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타이어 유통 업계 전반에 걸쳐 유사한 형태의 위탁 운영 구조에 대한 세무 당국의 전수 조사나 규제 강화가 뒤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기업은 투명한 회계와 성실한 납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명의 위장 행위는 결국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이번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기업 경영인들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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