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세계경제 조기회복 기대..글로벌증시 훈풍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조속한 회복 기대가 커지고, 증시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장중에 8,000선을 넘을 정도로 급등하고 유럽 주요 증시도 폭등세를 보이는 등 세계 증시가 랠리를 펼쳤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1조1천억달러를 투입키로 하는 등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키로 합의해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에 힘을 불어넣었다. 또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들도 개선되는 신호를 보여 최악은 지난 것 아니냐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증시의 투자심리도 호전되면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점치는 낙관론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 미.유럽 증시 동반 급등..다우 장중 8,000선 넘기도 =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6.48포인트(2.79%)나 급등한 7,978.08로 마감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상승폭이 3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8,000선을 가볍게 돌파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상승폭이 다소 줄면서 7,900선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8,000선을 넘은 것은 2월10일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51.03포인트(3.29%) 오른 1,602.63으로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834.38로 23.30포인트(2.87%) 상승했다.

 

지난 4주간 다우지수는 21% 가량 상승해 1933년 5월12일 이후 76년만에 4주간으로는 가장 좋은 성적으로 향하고 있다.

 

유럽증시도 사흘 연속 상승했다.

 

범유럽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는 전날보다 8.85포인트(4.94%) 급등한 188.11에 마감해 올들어 두 번째로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증시에서 FTSE 100지수는 전장보다 169.36포인트(4.28%) 오른 4,124.97에 마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에서 DAX지수는 250.85포인트(6.11%) 급등한 4,381.92에 끝났다.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 40지수는 152.45포인트(5.37%) 상승한 2,992.06에 마쳤다.

 

앞서 마감한 아시아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3.54% 상승한 것을 비롯해 일본 증시는 4.4%, 홍콩은 7.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2% 올랐다.

 

국제유가도 경기회복 기대감에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무려 4.25달러(8.8%)나 폭등한 배럴당 52.64달러에 마감해 3주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 조속한 경기회복 기대 = 이날 G20 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을 통해 1조1천억달러를 투입키로 하는 등 세계경제 회복과 새 국제금융질서 구축을 위한 6개항에 합의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폐막 공동성명을 통해 IMF의 재원을 2천500억달러에서 7천500억달러로 늘리고 IMF 특별인출권(SDR)을 2천500억달러 증액하는 한편 2천500억달러의 무역금융을 추가로 조성하기 위해 참가국들이 총 1조달러를 출연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SDR은 세계 경제위기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빈국들, 특히 동유럽 국가에 지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무역금융은 중국과 신흥시장 수출국에 도움이 되는 등 이번 조치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 미국의 경제 지표도 최근 나아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2월 공장주문은 1.8% 늘어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상승폭도 블룸버그나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5% 증가를 웃돌았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공장 주문의 증가는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앞서 지난달말 발표된 2월 내구재 주문실적도 전월에 비해 3.4% 증가해 7개월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2007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도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주택 거래 동향의 주요 지표인 신규주택, 기존주택, 잠정주택 판매는 2월에 예상 외로 모두 호전됐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1일(현지시간) 내놓은 2월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82.1을 기록해 전달의 80.4보다 2.1% 상승했다. 이는 전달에 7.7%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호전된 수치다. 앞서 발표된 2월 신규주택 판매는 4.7% 늘었고, 기존주택 판매는 5.1% 증가해 200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의 3월 자동차 판매도 감소세는 지속했지만 전달보다는 상황이 나아져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너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조지프 버난스는 블룸버그 통신에 특히 제조업 생산을 비롯해 훨씬 나은 경제 관련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낙관론 확산..아직 '장담은 일러' = G20 정상들의 합의와 개선되는 경제지표 속에 경기의 조속한 회복과 증시의 'V'자형 가파른 회복세를 기대하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서섹스대의 짐 롤로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G20 정상들의 이번 조치가 중국과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의 대형 수출국에 도움이 되고 독일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해 교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펜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조사국장인 에릭 그린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주 증시의 상승으로 매우 고무됐다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주식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당분간 지속적인 랠리도 예상된다"고 증시의 추가 상승세를 내다봤다.

 

그러나 낙관론자의 예상처럼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올해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해 내년까지 침체가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날 G20가 세계 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노력키로 합의하고, 브라운 총리는 세계가 5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대로 정상들의 성명에는 경기부양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면서 정상들이 대신 경제 회복에 필요한 지속적인 재정적 노력에 나설 것이란 모호한 실천만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실업자 급증과 기업 실적의 악화 등도 부담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지표를 보면 미국에서 새로 실업자 대열에 합류한 실업수당 신규 신청자수가 9주 연속으로 60만명을 넘어섰고 실업수당 수령자를 기준으로 한 미국의 실업자수는 573만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했다.

 

ING인베스트먼트의 우리 랜즈먼은 CNBC에 매우 어려운 기업 실적발표 시즌을 거쳐야 한다면서 1개월 뒤에 증시가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