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2011년 말 기준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이 확보해둔 장기 외화자금이 71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실탄' 확보 차원에서 시중은행들이 2011년 한 해에만 무려 91억달러를 새롭게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시중은행들이 발행한 국외채권 규모는 2010년 말(489억달러)에 비해 65억달러나 늘어난 554억달러에 달했다.
1년 이상 장기외화차입 규모도 2010년 말 132억달러에서 2011년 말 158억달러로 26억달러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외채권과 장기외화차입을 합한 `외화자금' 규모는 2011년 말 현재 712억달러에 달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만 91억달러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증가 규모로는 2007년과 1996년에 이어 역대 3번째다.
2011년 국내 은행들의 업황이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세계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선제로 실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한은은 해석하고있다.
특히 2011년 한해 동안 새로 들여온 91억달러는 모두 장기자금이어서 만기 불일치에 따른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금 운용에도 안정성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들이 단기자금을 차입한 뒤 만기로 전환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기 불일치에 따른 자금 운용 압박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올해도 외화자금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여서 2012년 시중은행의 외화자금 보유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은 외화차입처를 호주, 말레이시아, 브라질, 일본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2010∼2011년 시중은행의 신규 국외채권 발행 규모를 보면, 미국 달러화는 2010년 104억9천만달러에서 2011년 93억달러로 11억9천만달러 줄어들었다.
반대로 일본 엔화는 21억달러(2010년)에서 38억달러(2011년)로 17억달러나 크게 늘었고, 중국 위안화와 스위스 프랑 등 `기타통화'를 통한 발행도 31억9천만달러(2010년)에서 38억6천만달러(2011년)로 6억6천만달러 증가했다.
이 밖에 싱가포르 달러화를 통한 발행은 6억6천만달러(2010년)에서 11억7천만달러(2011년)로 5억2천만달러나 늘었고, 태국 바트화 역시 3억9천만달러(2010년)에서 6억7천만달러(2011년)로 2억8천만달러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선호해오던 미국 달러화는 많이 줄어든 반면에 엔화ㆍ링기트화ㆍ싱가포르달러화 등으로 자금 다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가 안전자산이기는 하지만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국내 은행들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양한 국가를 통한 자금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