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광주의 한 수협 지점이 신용불량자에게 100억 원대 자금을 불법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불법대출을 해준 것으로 인해 오히려 신용불량자에게 약점이 잡히자 이 신불자에게 놀아나며 5년간 거액을 불법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나, 한심한 금융기관의 행태가 혀를 차게 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2일 수억 원대의 뒷돈을 받고 신용불량자에게 107억여 원을 대출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전 지점장 A(44)씨 등 광주 모 수협 임직원 5명과 이들을 통해 불법대출을 받은 B(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 과정에서 신용불량자인 B씨에게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명의수탁자 등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수협 임직원 5명은 2005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모두 75회에 걸쳐 B씨에게 107억여 원 상당을 불법대출해주고 그 대가로 현금, 차량 등 수억 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명의대여자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은 뒤 이 돈으로 뒤늦게 대출금에 못미치는 부동산을 사 해당 대출에 대한 담보를 내세우는 수법으로 차액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수협 직원들은 B씨가 신용불량자인 것을 알고도 적격심사나 감정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B씨가 무담보로 대출받은 15억여 원을 갚지 못해 수협 중앙회의 감사를 받게 되자 서류를 조작해 불법대출을 은폐했으며 뒤늦게 불법대출 액수를 15억 원으로 축소해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불법대출을 해준 것으로 인해 오히려 B씨에 약점을 잡혀 5년 동안이나 농락을 당하며 불법대출을 계속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신용불량자 A씨가 광주 모 수협 지점과 거래를 튼 것은 지난 2004년으로,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 상태였던 A씨는 자신을 인테리어 업자로 소개하고 리모델링해 건물을 되팔겠다며 장모, 친인척의 명의를 빌려 1~2억 원씩 대출해 꼬박꼬박 갚아갔다.
점차 대출규모를 늘린 A씨는 지점장과 대출담당 직원들에게 현금과 향응을 제공하며 친분을 쌓았고, VIP 대접을 받게 된 A씨는 무담보로 12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받을 정도로 `신용'을 쌓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때부터로, 이 지점은 2007년 수협 중앙회의 감사를 받게 되자 장부 조작으로 A씨에게 무담보로 대출해준 돈을 은폐했고, 수협측의 약점을 잡은 A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A씨는 수협 측을 압박하거나 뇌물로 회유하며 담보 없이 대출받고 이 돈으로 부동산 등을 사들여 담보를 나중에 설정했다. 헐값으로 사들인 부동산은 수협 측의 허술한 감정평가로 최고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담보물로 둔갑했다. 부동산 구매에는 친인척 명의도 모자라 노인 등에게 100만~400만 원을 주고 명의를 모집했다.
수협 측이 대출금액을 높여주기 위해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에서 담보가치를 무리하게 높게 평가한 탓에 명의 대여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부동산 등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출금에 비해 가치가 턱없이 낮아 대출금과 부동산의 실제 가치의 차이만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빚을 떠안아야 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됐다.
이들 17명은 또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까지 돼 피해자이면서도 피의자로 처벌까지 받게 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조금씩 해주다가 자금 공백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을 메우려다 B씨에게 무리한 대출을 계속한 것이 107억여 원까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수협 측 한 관계자는 "이번 불법대출 말고도 수도권에도 200억~300억 원 부실대출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경찰 수사확대를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