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지난해 제조업의 성장률이 서비스업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이 경기악화로 서비스업보다 상대적으로 큰 부침을 겪은 탓이다.
제조업의 상당수가 수출업체인데,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 수출시장의 경제 회복이 더뎌지면서 성장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 기여도에서도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뒤쳐졌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2.4%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제조업은 2.2% 성장하는데 그쳤다.
제조업 성장률이 서비스업에 뒤처진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3년 만에 최초다. 또 당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조업이 마이너스 성장(-1.5%)을 했던 것을 제외하면 200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제조업은 2010년 곧바로 위기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며 14.7% 성장해 'V'자 형태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2011년 7.2%로 반 토막 났고, 다시 2.2%로 추락해 국내외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이다.
반면 이 기간 서비스업 성장률은 3.9%→2.6%→2.4%로 소폭 떨어지는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경기 침체로 우리 수출 제조업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 스마트폰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의 70~80%가 국외에서 생산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으로 잡히지 않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성장 기여도도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2.0%)에 대한 기여도에서 제조업은 0.6%포인트에 그친 반면 서비스업은 1.3%포인트로 차이가 두 배나 났다.
2011년에는 성장률(3.6%)에 대한 기여도에서 제조업(2.0%포인트)이 서비스업(1.4%포인트)을 웃돌았었다.
올해도 계속되는 원화 강세로 수출 제조업체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여서 제조업 성장 전망은 어두운 상태다.
한은 조사결과 올해 1월 제조업체의 13.1%가 경영 애로사항으로 '환율'을 꼽았다. 이는 전월의 8.8%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1월 현재 수출 제조업체의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도 72로 기준점(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이 제조업 부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올해까지 3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3.7%)보다 중소기업(-19.4%)가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수출주도형 경제는 수출이 잘 돼야 설비투자와 고용ㆍ소득이 늘어 내수가 개선되는 구조"라며 "정부는 기업이 환율 등 외부 충격에 잘 버틸 수 있도록 돕고 업체들은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