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경기·인천지역에서 서울 거주자를 비롯한 외지인들의 원정투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20∼30대의 매입이 두드러지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할 경우 이들 'MZ세대'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집값 감당못해…수도권 개발 호재지역 원정투자 기승
3일 한국부동산이 발표한 월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경기도에서 매매된 아파트 총 15만4천637건 가운데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건은 총 2만9207건으로, 전체의 18.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서울 거주자 매수 비중 15.6%에 비해 3.3%포인트(p) 높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지역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의 외곽지역까지 아파트값이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고 규제가 덜한 수도권으로 매수 수요가 몰린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올해 9월까지 경기도의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18.92%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6.24%)의 3배를 웃돌았다.
특히 경기지역 내에서도 서울과 가깝거나 광역급행철도(GTX), 신도시 개발 등 각종 개발호재로 아파트값이 급등한 지역에서 서울 거주자의 원정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파트값이 33.99% 오르며 전국 시도 가운데 누적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의왕시의 경우 지난해 1∼9월 10% 정도였던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이 올해 15.1%로 높아졌다.
역시 GTX 건설, 신도시 건설 등의 호재로 의왕에 이어 두 번째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시흥시(33.29%)도 지난해 11.2%였던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올해 16.5%로 늘었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30%에 육박한 군포시(29.29%), 안양시(27.06%)도 지난해 서울 사람의 매수 비중이 각각 11.2%, 15.7%였는데 올해는 20.2%, 22.4%로 대폭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고 비인기지역으로 분류됐던 수도권 서남부도 교통 호재 덕에 서울 사람들의 원정투자가 줄을 이었다. 아파트값이 낮은 곳은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 수요도 대거 몰렸다.
오산시와 평택시는 지난해 각각 서울 사람의 매수 비중이 5.3%, 6.1%에서 올해는 10.1%, 12.1%로 늘었다. 오산은 올해 9월까지 아파트값이 25.3%, 평택은 22.68%나 급등한 곳이다.
서울과 인접한 구리시와 광명시는 서울 거주자 매수 비중이 작년 평균 28.6%, 29.5%에서 올해는 각각 40.5%, 38.3%로 치솟았다.
남양주시(33%)와 의정부시(37.8%)도 작년 서울 거주자의 매수 비중이 20%대였으나 올해 30%대로 높아졌다. 남양주와 의정부시는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각각 23.04%, 20.16%에 달한다.
GTX 신설과 바이오단지 개발 등으로 올해 아파트값이 30% 넘게 오른 인천 연수구도 지난해 7.2%였던 서울 사람의 매수 비중이 올해 두 자릿수(10.8%)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경기도지만 아파트값이 서울보다 높거나 비슷한 곳은 서울 거주자의 매수 비중이 줄어 대조를 이뤘다.
과천시는 서울 거주자 매수 비중이 작년 26.4%에서 올해 23%로 되레 줄었고, 성남 분당구도 작년 15.0%에서 올해 13.6%로 낮아졌다.
성남시 전체로도 지난해 17.2%에서 올해 17.6%로 큰 차이가 없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집값이 올라 구매를 포기한 젊은층들이 그간 집값이 낮으면서 잇단 개발호재로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수도권 지역을 집중 매수한 것"이라며 "서울보다 적은 돈으로 갭투자가 가능한 것도 매수세 유입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 급등지 2030 매수 행렬…집값 하락시 타격 우려
최근 주택거래가 감소했지만 '영끌족'으로 불리는 2030 MZ세대의 매수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2030 매수 비중은 평균 42%로, 작년 같은 기간(36%)보다 6%p 늘어나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인천 아파트는 2030 매수 비중이 작년 1∼9월 25.7%에서 올해는 9월까지 33.2%로 높아졌고, 경기도는 28.9%에서 36.3%로 늘었다.
특히 서울 거주자의 원정투자 비중이 높고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한 곳에서 2030 매입 비중이 더욱 두드러졌다.
안양시는 올해 9월까지 2030의 매수 비중이 47.7%, 군포시는 42.3%에 달했다. 작년 28.9%, 33.8%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구리시는 작년 28.6%에서 올해 41.3%로 늘었다.
작년에 2030 매입 비중이 20%대였던 시흥시와 오산, 평택도 각각 36.4%, 35.3%, 34.7%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최근 집값 상승세에 놀라 뒤늦게 '패닉바잉'에 나선 MZ세대들이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에 조정기가 닥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근래 패닉바잉에 나선 2030 세대들은 최근 고점에서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최근 강도높은 대출 규제로 주택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고 내년 대선이라는 변수도 있는 만큼 주택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