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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매물 내놓고 호가 올린다 "양도세 풀리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일부 발 빠른 집주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대선 이후 재건축 등 규제완화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일부 매물이 회수되기도 했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방침 발표 이후 서울시내 중개업소에는 매수자를 선점하려는 다주택자의 문의가 늘고, 실제 매물로도 내놓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거나 임대차 계약이 많이 남은 집은 1년내 매도가 어려워 매물 유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3일 서울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인수위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매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인수위가 일단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4월 중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고, 여의치 않을 경우 5월 11일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중과 배제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한시 배제 기간엔 과거 2020년처럼 '10년 장기 보유자' 등 대상자 제한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도를 저울질하는 다주택자들이 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그동안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못 팔았던 다주택자들로부터 매도 문의가 늘고 있다"며 "6월 1일 보유세 기산일 이전에 팔려고 일단 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은 시세나 시세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일시적 2주택자 등이 시한에 쫓겨 급매물로 내놓는 것과 달리 다주택자들은 일단 싸게는 팔지 않고 분위기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늦어도 5월 중에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행될 것으로 보고 다주택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현 시세와 매도 가능 금액을 묻는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중과 배제는 관련 조치 시행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하면 되기 때문에 통상 계약 후 잔금일까지 2∼3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보유세를 줄이려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지금 집을 내놔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 역시 "대선 이후부터 양도세 등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 수준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전에 미리 매물을 내놓고 시장 상황을 보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강동구 고덕동 등 일부 재건축 또는 인기 단지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5천만∼1억원 이상 올려 내놓는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다.

잠실의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를 28억원에 내놨던 다주택자가 인수위 발표 이후 28억5천만원으로 가격을 5천만원 올렸다"며 "일시적 2주택자 등 사정이 급한 경우가 아니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시세보다 높여서 부른다"고 말했다.

매수 문의도 종전보다 늘었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달 들어 집을 보러 오겠다는 매수자도 두세 팀 정도 대기 중"이라며 "당장 계약하기보다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수요로 보이는데 대선 이후 매수자들도 일단 입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월까지 꽉 막혔던 거래도 3월 들어 다소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00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나 3월 거래량은 이날 기준 718건으로 2월 전체 거래량에 육박했다.

3월 계약분의 실거래가 신고일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2월은 물론 올해 1월(1천86건)이나 지난해 12월(1천128건) 거래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쌍용예가 전용 107.53㎡는 지난달 8일 22억2천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22억9천만원에 거래된 이후 5개월 만에 매매가 성사된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97㎡는 지난달 24일 63억원에 계약됐다. 지난 2월 계약 취소분을 제외하면 작년 6월 51억원에 거래된 후 9개월 만이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용산구도 한강로대우아이빌 전용 28.22㎡가 지난달 9일 3억5천만원(14층)에 팔려 작년 10월(3억3천만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며 거래가 성사됐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68㎡는 지난달 2건이 10억5천만원, 9억9천7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작년 9월 하순 12억7천500만원까지 팔렸던 것인데 토지거래허가구역 허가 대상 강화 전에 시세보다 낮춰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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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양도세 풀면 매물 늘 것"…계약갱신청구권 남은 임대인은 '그림의 떡' 불만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배제가 시행되면 일단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보유세나 대출 이자 부담이 컸던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초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2년으로 제시했다가 1년으로 축소한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2년이나 유예기간을 둘 경우 시간적 여유 때문에 당장 매물 출현,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1년으로 당긴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인수위 입장에선 집값이 불안해지면 규제 완화의 명분이 약해진다고 보고 양도세 중과 배제 시한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가 다주택자의 중과세율을 높인 2019년 '12·16 대책' 발표 이후 2020년 6월 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10년 보유 주택'에 대해서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해줬는데도 일정부분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1년으로 제한할 경우 임대차 3법의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매물 출회가 기대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도 임차인이 낀 주택은 매수자가 남은 임대 기간을 승계해야 하는데 계약갱신청구권까지 더하면 최장 4년간 매수인이 거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대학교수는 "다주택자가 매도할 주택은 상당수 세입자가 끼어 있는데 전세 만기가 6개월 이내로 남은 집이 아니라면 결국 실거주가 필요 없는 갭투자자나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여서 매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매도 시한을 2년 정도는 줘야 갱신권 제약에서 벗어나 매도할 수 있는 집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과 잠실·대치·삼성동 등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지역의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규제는 풀리는데 집을 팔기가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매수자가 3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르고, 6개월 이내에 직접 입주해야 주택을 매수할 수 있어 계약갱신청구권이 주택거래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실입주자만 집을 살 수 있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이 남아 있는 집은 임차인 때문에 1년 내 매도가 어려울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어주거나 1년 시행 후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