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통행료를 가상자산으로 납부할 것을 요구하면서, 주류 금융 시스템 외부에서 작동하는 이란의 78억 달러 규모 가상자산 경제와 디지털 화폐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호르무즈 통행료 가상자산 결제…산유국 규제 우회 전략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연합 대변인 하미드 호세이니는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주요 항로를 지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관세를 징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 측은 제재로 인한 추적이나 몰수를 피하기 위해 해당 대금을 가상자산으로 받기를 원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가상자산 생태계는 제재와 통화 가치 하락, 외부 군사 위협 속에서도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 지난해 약 78억 달러 규모에 도달했다.
이란 정권은 이 자금을 무기 및 원자재 구입, 비자금 축적에 활용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 국가 주도 채굴과 스테이블코인 활용…금융 생명선 역할
이란 내 가상자산 활동은 점차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의 가장 강력한 정치·경제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그 대리인들이 국가 전체 가상자산 활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부족한 전력 자원을 투입해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하는 등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주체로 활동 중이다.
비트코인 외에 스테이블코인인 테더(Tether)의 비중도 높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고 국제 무역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최소 5억 700만 달러 상당의 테더를 확보했다.
이는 베네수엘라가 국영 석유 산업의 제재 회피 수단으로 테더를 사용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 지정학적 위기 속 자금 유출 가속화…거래소 불안정성 증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발생했을 당시, 이란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노비텍스(Nobitex)에서는 불과 몇 분 만에 자금 유출량이 700%나 급증했다.
이는 인터넷 차단이나 자산 압류를 우려한 시민들이 자금을 개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급격히 옮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노비텍스는 이란 시민들이 리알화를 테더로 교환해 해외 자산으로 전환하는 주요 통로다.
그러나 지난해 친이스라엘 해킹 그룹 '프레데토리 스패로우(Predatory Sparrow)'에 의해 9,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이 탈취당하는 등 보안 및 운영상의 위험도 노출된 상태다.
▲ 미 규제 당국의 압박과 실효성 논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의 디지털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약 1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용이하게 한 혐의로 영국에 등록된 가상자산 거래소 제드섹스(Zedcex)와 제드시온(Zedxion)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선언한 '유조선 가상자산 통행료'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해운사들이 짧은 마감 시한 내에 대규모 가상자산을 확보하고 전송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운영상의 장애물과 복잡한 절차가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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