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을 둘러싼 레오 14세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대립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티칸의 도덕적 권위와 워싱턴의 정치·군사적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수십 년 만에 교황과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가장 날 선 대립이 형성되고 있다.
▲ 교황, 트럼프의 '전능 도발·우상 숭배' 비판 수위 높여
레오 14세 교황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문명을 소멸시키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참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례없는 수준으로 비판했다. 교황은 민간 인프라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며,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증오와 파괴의 징표라고 지적하며 외교를 통한 평화를 촉구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서 그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설적 비판에 신중했던 레오 14세 교황은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점차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판 십자군'으로 볼 수 있는 이란 전쟁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교황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과거에 칼을 들었고 오늘날에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11일 저녁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 기도회에서 "전능에 대한 망상"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아와 돈에 대한 우상숭배는 이제 그만! 권력 과시는 이제 그만!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고 외쳤다.
▲ 미국 내 가톨릭 지도자들, 교황 입장 지지하며 전쟁 도덕성 문제 제기
미국 내 가톨릭 지도자들도 교황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시카고 교구)은 실제 죽음과 고통이 따르는 전쟁을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다루는 것은 구역질 나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워싱턴 교구)은 이번 전쟁이 가톨릭 교리의 '정의로운 전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이번 전쟁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성전'으로 표현하며 종교적 수사를 동원하고 있지만, 가톨릭 지도자들은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며 전쟁의 도덕성을 묻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가톨릭 유권자 지지층 이탈 조짐
이러한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한 미국 가톨릭 지도부의 비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외교 정책이 세상을 더 안전하고 번영하게 만들었으며, 2024년 대선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바티칸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백인 가톨릭계의 트럼프 정책 지지율은 46%로 전년 51%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미국 내 급성장 중인 히스패닉 가톨릭계의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지난 3월 NBC 뉴스 여론조사에서 대중의 레오 14세 교황에 대한 호감도는 34를 기록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2로 크게 뒤처졌다.
▲ '현대판 십자군' 논란, 국제 사회에 미칠 파장 주시
이번 갈등은 지난 1월 미국 국방부와 당시 교황청 주미 대사였던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 간 회동을 둘러싼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당시 일부 매체는 미국 국방부가 바티칸에 향후 군사 행동 지지를 압박했다고 보도했으나, 국방부는 왜곡 보도라고 반박한 바 있다. 앤드루 체스넛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교수는 가톨릭계의 저항이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도덕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판 십자군'으로까지 비유되는 이란 전쟁을 둘러싼 이번 갈등이 국제 사회에 미칠 파장이 주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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