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세계 주요 산유국 간의 동맹과 투자 우선순위가 재편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석유 카르텔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0%를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분열과 미국산 원유 증산으로 약화된 OPEC은, 이번 3위 생산국의 이탈로 인해 그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길을 막으며 시장 영향력을 무력화시켰고, 이는 그룹 내 아랍 국가들 사이의 균열을 심화시켰다.
▲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와 UAE의 독자 생존 전략
UAE는 국토를 가로지르는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할 수 있어, 해협 봉쇄를 우회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OPEC 탈퇴는 UAE가 해협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고,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를 자유롭게 결정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UAE는 OPEC 내 생산 쿼터 증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지역 주도권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타협의 여지가 줄어들었다.
이번 탈퇴를 통해 UAE는 기존 아랍 중심의 블록과 거리를 두는 대신,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시장 관리 능력의 상실과 카르텔 붕괴 위기
전문가들은 UAE의 이탈이 OPEC의 시장 관리 능력을 지탱하던 핵심 축 중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루 48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증산 의지가 강한 회원국을 잃는 것은 카르텔에 있어 실질적인 통제 수단을 상실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치에 따르면, 이번 탈퇴로 OPEC 생산 능력의 13%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유의미한 여유 생산 능력을 보유했던 UAE의 부재는 공급 충격에 대응하는 그룹의 역량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
발표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4달러 선을 유지하며 큰 동요는 없었으나,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탈퇴국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전쟁이 바꾼 안보 지형과 경제 모델의 변화
이란 전쟁 중 UAE는 2,800발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으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어 지원을 받은 반면, 동료 아랍 국가들의 기여는 미미했다는 점이 UAE의 외교적 노선 변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기 상황에서 기존 동맹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중동의 오아시스'로 불리던 UAE의 경제 모델 역시 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
관광 수입이 급감하고 외국 인력이 유출되면서 석유 판매 수익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UAE는 낮은 생산 단가를 무기로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파이프라인 건설 등 인프라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 OPEC 역사상 최대의 위기 직면
과거 카타르, 앙골라, 에콰도르 등 소규모 산유국들이 OPEC을 떠난 적은 있으나, 핵심 산유국이 탈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PEC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사상 최대의 타격"으로 규정하며, 기구의 존속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UAE는 국영 석유회사(ADNOC)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생산 능력을 확충해 왔다. 현재 OPEC 쿼터에 묶여 있던 하루 340만 배럴의 제한에서 벗어나면, UAE는 자유로운 증산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시장 통제 체제가 사실상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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