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연말 또는 내년 하반기로 대폭 늦춰 잡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견조한 고용 지표가 이어지면서 기존의 조기 피벗 기대감이 사라지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3.50∼3.75%인 기준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연말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투자은행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에 대해 일제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로이터 통신은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용 시장의 강세를 근거로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기존보다 수개월 이상 늦췄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장이 기대했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했음을 의미하며 자산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올해 9월로 예정했던 첫 금리 인하 단행 시기를 올해 12월로 전격 수정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달에 첫 인하가 이루어진 뒤 내년 3월에나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멈추지 않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강력한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연준의 발목을 잡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 4월 미국 고용 지표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으며 실업률은 4.3%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노동시장의 과열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는 자칫 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올해 노동시장이 충분히 약화하지 않는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27년에야 마지막으로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고금리 환경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 역시 연준의 금리 인하 궤도를 더욱 보수적으로 재설정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였다. BofA는 연준이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한 뒤 내년 7월과 9월에 각각 25bp씩 인하할 것이라는 수정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올해 안에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인하가 있을 것이라던 기존의 낙관론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다.
BofA는 보고서에서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보다 객관적인 경제 지표의 흐름이 우선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보고서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 내정자가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겠지만 지금 당장은 지표의 흐름이 인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 여름께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해야만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50∼3.75% 범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준은 지난달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섣불리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금리 인하의 시점보다는 고금리 체제 아래서의 기업 이익 방어와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고금리 유지가 실물 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소비 위축과 기업 투자 감소가 가속화될 경우 연준이 지표에 후행하여 대응하기보다 선제적인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견고한 고용 지표와 에너지발 물가 상승 압력은 이러한 반론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림에 따라 달러화 강세 기조가 유지되고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한 재무 전략 재편이 시급하며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견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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