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제79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정치 배제한 '100년의 예술성'을 심사 표준으로 제시

재경 외신부 기자
제79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정치 배제한 '100년의 예술성'을 심사 표준으로 제시
©연합뉴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정치적 이념이나 국적 등 외부 요인을 배제하고 오직 예술적 성취만을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박 감독은 100년 뒤에도 살아남을 영속적인 가치를 지닌 영화를 선별함으로써 영화사의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최근 국제 영화계에 불어닥친 정치적 올바름과 지정학적 압력 속에서도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보수적 저널리즘의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심사의 핵심 가치를 '예술적 본질'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정 장르나 정치적 메시지가 영화의 가치를 결정짓는 우대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발언은 영화가 사회적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예술 그 자체의 완성도에 집중하겠다는 거장의 철학을 반영한다.

프랑스 통신사 AFP 보도에 따르면 박 감독은 "상들은 50년이나 100년 동안 남을 작품들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작품이 국적이나 장르, 정치적 이념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 자유로워야 함을 강조했다. 오로지 작품 자체의 내재적 가치만이 심사위원단의 선택을 받는 유일한 척도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박 감독은 영화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서도 안 되지만, 동시에 그 이유만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 된다는 중립적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영화 제작자들은 정치적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관여할 수 있지만, 결국 영화의 예술적 성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결과물로서의 영화가 갖춰야 할 미학적 수준을 최우선시하겠다는 논리다.

최근 세계 영화계는 가자지구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와 긴장에 대해 영화제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외부적 요구에 직면해 왔다. 지난 2월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장이 정치적 발언 자제를 권고했다가 영화제가 국제적 사안에 무관심하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박 감독의 발언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박 감독은 이러한 대외적 압박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 이입은 피할 수 없으나, 심사 과정에서는 철저히 객관성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자신의 국적이나 개인적 성향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확언했다. 가능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칸 영화제의 권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사회적 거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 감독의 예술 지상주의적 접근이 현실 세계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그러나 박 감독은 영화의 예술적 성취가 담보되지 않은 메시지는 영화로서의 생명력을 얻기 어렵다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예술적 완성도가 결여된 정치는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보수적 예술관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 감독은 영화제 심사위원장이란 자리가 영화사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차대한 역할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우리 시대에 어떤 영화가 중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하는 셈으로, 훗날 역사가 이런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의 유행보다는 미래의 고전이 될 작품을 선별하겠다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선언이다.

한편 박 감독은 영화적 통제를 벗어난 일종의 '해독제'로서 사진 작업에 몰두하며 자신의 예술적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오는 7월 6일부터 프랑스 아를에 위치한 이우환 재단 갤러리 '이우환 아를'에서 그의 유럽 첫 개인 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다. '고요한 아침'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박 감독이 포착한 한국의 일상 풍경과 찰나의 순간들을 조명한다.

박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감독으로서 모든 세부 사항을 통제하는 삶과 달리, 사진은 특별한 순간과의 우연한 만남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내가 사진으로 담는 건 꽤 단순한 것들로 일상 속의 사물들이다"라며 "나에게 중요한 건 바로 그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인위적 연출이 아닌 발견된 미학을 통해 예술적 숭고함을 찾으려는 시도다.

그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과 기이함, 그리고 낯섦을 포착하는 행위 자체를 '숭고한 아름다움'이라고 명명했다. 사진을 통해 얻는 이러한 미학적 경험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쌓인 심리적 피로를 해소하는 분출구 역할을 한다. 박 감독의 이러한 다각적인 예술 활동은 그가 영화 심사에서 강조한 '예술적 가치'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번 제79회 칸 국제영화제는 박 감독의 심사 철학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 영화사에서 회자될 걸작을 발굴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박 감독의 객관적이고 엄격한 심사 기준은 세계 영화 시장의 질서를 재정립하고 한국 영화인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제의 폐막과 함께 발표될 황금종려상의 향방은 박 감독이 제시한 '100년의 예술성'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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