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확정 후 1조 3,000억 원대 규모의 재산 분할을 확정 짓기 위해 내달 15일 법정에서 대면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기여도를 배제한 상태에서 SK㈜ 주식의 분할 가능 여부를 다시 심리할 예정이다. 양측은 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와 가사 노동을 통한 기여도 인정을 두고 법리적 공방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기일을 다음 달 15일 오후 2시로 확정하였다. 이번 기일은 재판부가 두 당사자의 직접 출석을 예고함에 따라 지난 2024년 4월 항소심 변론 이후 약 2년 만에 양측이 법정에서 마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조정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재판부는 2차 기일부터 본격적인 재산 산정 기준과 분할 비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최태원 회장 측은 현재 보유 중인 SK㈜ 주식이 부친으로부터 승계받은 '특유재산'이라는 점을 들어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이 아닌 상속과 증여에 기반한 자산은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적 관점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최 회장 측 대리인단은 경영권 자산의 무분별한 분할이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반면 노소영 관장은 수십 년에 걸친 내조와 양육 등 가사 노동이 최 회장의 기업 경영 활동에 실질적인 뒷받침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식의 공동재산화를 주장한다. 노 관장 측은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저평가해서는 안 되며 배우자의 헌신이 기업 성장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점을 법원이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1심에서 인정되었던 665억 원의 현금 분할 결정을 넘어 SK 지분 자체에 대한 기여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재판 과정은 한국 법조계에서 유례없는 재산 분할 규모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2022년 1심 재판부는 SK 지분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위자료 1억 원과 현금 665억 원만을 인정하였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대폭 뒤집었다.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여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 1조 3,808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작년 10월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재산 형성의 기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비자금 자체가 불법적인 자금인 만큼 이를 근거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산정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다만 대법원은 2심이 결정한 위자료 20억 원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여 확정함으로써, 재산 분할 규모만이 이번 파기환송심의 유일한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되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파기환송심이 조정 절차에 회부된 것을 두고 재판부가 판결에 앞서 양측의 합의를 유도하려는 의중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자금 기여도가 배제된 상황에서 노 관장이 SK 주식에 대한 실질적 기여를 어떻게 새롭게 증명하느냐가 이번 조정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만약 조정이 결렬될 경우 재판은 다시 정식 변론 절차로 복귀하여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재벌가의 이혼 소송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특유재산의 법적 범위를 재확립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무리한 재산 분할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보수적인 시각과 가사 노동의 가치를 혁신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진보적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원칙과 가계 내 기여도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조정 기일을 통해 양측의 양보 가능성을 타진한 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최종 선고를 위한 심리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향후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이혼 및 재산 분할 사건에서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대면이 예정된 내달 15일 조정 기일은 1조 원대 재산 분할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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