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에너지 가격 충격에 꺾인 미국 소비 엔진 4월 소매판매 0.5% 증가에 그쳐

김영 기자
에너지 가격 충격에 꺾인 미국 소비 엔진 4월 소매판매 0.5% 증가에 그쳐
©연합뉴스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소매판매가 미·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여파에 직면하며 4월 들어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월 기록한 1.6%의 가파른 상승세가 한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비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 소매판매 지표는 고유가라는 암초를 만난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는 부합했으나, 1.6%를 기록했던 3월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비교하면 동력이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두고 미국 가계가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인해 비필수재 지출을 본격적으로 억제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미·이란 전쟁의 여파로 가파르게 치솟은 휘발윳값이 가계의 가용 소득을 잠식한 것이 이번 지표 악화의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유소 판매가 전월 대비 2.8% 급증한 반면, 다른 주요 품목의 판매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계가 주유소에서 지출을 늘린 것은 소비 의지가 높아서가 아니라, 필수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강제적 지출 증가로 풀이된다.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미국 내수 경기의 가늠자인 백화점 판매가 3.2% 급감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가구 및 가전 판매점(-2.0%)과 의류 및 액세서리점(-1.5%)도 동반 하락하며 가계가 의류나 가구 같은 선택적 소비를 우선적으로 줄이고 있음을 증명했다. 차량 및 차량 부품 판매 역시 0.4% 감소하며 고금리와 고물가 환경 속에서 내구재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며 "주유소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의 광범위한 하락은 경기 둔화의 전조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6%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명목 수치인 소매판매 증가율 0.5%는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수치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4월의 실질 소매판매는 사실상 감소세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인용을 통해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가 유가 급등이라는 외부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 압박이 지속되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 위축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결국 전체 경기 사이클의 하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표가 시장의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급격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매판매 증가율이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플러스 권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아직은 버티고 있다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은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선다는 전제하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향후 미국 경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향방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휘발윳값 상승이 가계 지출의 다른 영역을 계속해서 잠식한다면, 연착륙을 기대했던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의 늪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상무부의 이번 속보치는 미국 가계가 이미 방어적인 소비 패턴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등으로 작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너지#가격#충격에#꺾인#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