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원안위, 한울·월성 원전 4기 안전성 평가 7년 만에 승인… 규제 정상화 궤도 진입

이성경 기자
원안위, 한울·월성 원전 4기 안전성 평가 7년 만에 승인… 규제 정상화 궤도 진입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울 3·4호기와 월성 3·4호기 등 원전 4기에 대한 주기적 안전성평가(PSR) 결과 도출된 안전성 증진 사항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19년 신청 이후 지침 보완 등을 이유로 7년 만에 내려진 조치이며, 현행 기술 기준에 따른 보완 사항 이행을 골자로 한다. 원안위는 표결을 통해 찬성 7인, 반대 2인으로 해당 안건을 의결하며 원전 운영의 기술적 신뢰성과 법적 절차성을 재확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2026-8회 회의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한울 3·4호기 및 월성 3·4호기의 종합 안전성 평가 결과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주기적 안전성평가(PSR)는 원자력안전법에 의거해 원자로 시설의 안전성을 10년마다 점검하고 최신 기술 기준을 반영하여 보완책을 마련하는 필수적인 규제 절차다. 이번 승인에 따라 한울 3·4호기는 침수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 정량적 선별분석 등 2건의 조치를 이행하며, 월성 3·4호기는 인간-시스템 연계 설비에 대한 인간공학 평가 체계 개선 등 5건의 증진 사항을 적용한다.

이번 안전성 평가 승인은 신청 시점으로부터 최종 의결까지 약 7년이라는 이례적인 시간이 소요되며 원전 규제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한 과제를 남겼다. 원안위 측은 2019년 당시 위원들이 기술기준 차이 분석 등 평가의 체계화를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2022년까지 심사 지침을 전면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피규제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개정된 심사 지침에 맞춰 서류를 보완하고 재제출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전체적인 심사 기간이 불가피하게 연장된 것으로 분석된다.

원전 안전 규제의 엄격성을 유지하기 위한 위원회 내부의 치열한 논의 과정에서 소수 의견에 대한 민주적 표결 절차도 진행됐다. 이날 심의는 위원 간의 이견으로 인해 표결에 부쳐졌으며, 그 결과 찬성 7인과 반대 2인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야권 추천 인사인 박종운 위원과 진재용 위원은 안전성 증진 사항의 충분성을 이유로 반대 표를 던졌으나, 다수 위원은 기술적 보완이 완료되었다는 점에 동의하며 승인 결정을 내렸다.

규제 당국은 이번 지연 사례가 제도 정착과 지침 보완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임을 강조하며 향후 안정적인 심사 주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수진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체계 변화에 따라 심사 기간이 지연된 것이 1건 더 남아 있고, 이후로는 정상 주기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규제 지침의 표준화와 행정 절차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됨에 따라 향후 PSR 승인 절차가 더욱 신속하고 정밀하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원안위는 원전 안전 관리의 고도화와 규제 인프라 강화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도 병행하여 의결했다. 2027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원안위는 올해 대비 12억 원 증액된 총 2,939억 원의 예산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예산안은 정부의 예산 편성 가이드라인과 국회의 심도 있는 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원자력 안전 규제 기술의 자립화와 현장 점검 강화에 집중 투입될 전망이다.

기술적 세부 사항에 대한 운영 변경 허가도 이번 회의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원안위는 한울 5·6호기에 대해 원자로냉각재 펌프 출입구 노즐과 이음부 간 용접 재료의 기준무연성천이온도 재산정 결과를 반영하는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기준무연성천이온도는 금속이 저온에서 급격히 깨지기 쉬운 상태로 변하는 임계 온도를 의미하며, 이를 재산정하여 운영 허가에 반영하는 것은 원자로 압력용기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기술 조치다.

규제 체계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법령 및 지침 정비 작업도 구체화되었다. 원안위는 원자력안전규제 기술기준 규정체계 정비 계획에 따라 법령과 고시를 보충하기 위한 규제지침을 정비하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기술서 신설 근거를 마련했다. '원자력안전 규제지침 및 심사기술서 운영요령' 제정안 보고를 통해 규제 기관의 판단 기준을 명문화함으로써 사업자의 혼선을 줄이고 규제의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원전 산업계와 규제 기관의 시선은 월성 3·4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지을 후속 심사 결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월성 3·4호기는 현재 10년 주기 PSR과는 별도로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가 신청되어 2024년부터 본격적인 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이번에 승인된 PSR 결과는 해당 원전의 기초적인 안전 수준을 증명하는 데이터로 활용될 것이며, 이는 향후 계속운전 허가 심사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술적 참고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 안전 규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과학적 근거와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번 한울 및 월성 원전의 PSR 승인은 지연된 규제 행정을 정상화하고 최신 기술 기준을 현장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와 규제 당국은 규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단 한 치의 안전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점검과 현장 감독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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