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당일 새벽 구조물이 파손되는 파단음이 발생했음에도 시공사와 서울시가 이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시공사 관계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며, 고용노동부 또한 원청 대표 등 5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전환했다. 사고 1분 전까지 열차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공사 전반의 관리 부실 정황이 드러나며 수사는 서울시 관계자 등 윗선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구조적 결함을 알리는 명확한 전조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지난달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등을 대상으로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 현장에서는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파단음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었다. 이는 당시 현장 관계자들이 붕괴의 위험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하고 있다.
당일 작성된 현장 보고서에는 상판의 처짐 현상이 발생했다는 기록만 남겨져 있어 고의적인 정보 누락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경찰은 시공사인 흥화 측과 발주처인 서울시가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거나, 사고 발생 후 관련 사실을 은폐하려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파단음 발생 이후에도 적절한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경위가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간담회를 통해 시공사 흥화의 현장 소장급 직원을 포함한 안전 관리 및 책임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현재 현장 감식 결과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방대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며 피의자들의 과실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청장은 "국민 생명이 희생된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사고 발생 1분 전까지 철도 선로에 대한 열차 차단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되었다. 비록 실제 열차 충돌과 같은 2차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이는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가 사실상 마비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철도 차단 미흡을 포함하여 고가 붕괴에 이르게 된 공사 과정 전반의 구조적 문제점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시공사 경영 책임자에 대한 사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동부는 원청 시공사 대표 A씨를 포함하여 하청업체 대표와 현장 소장 등 총 5명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 당시 숨진 현장 소장 B씨도 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었으나 사망에 따라 향후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발주자인 서울시의 경우 현행법상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되었으나 수사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경찰은 현재 참고인 신분인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 경과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관리 감독의 주체인 서울시가 시공사의 보고 누락을 방조했거나 안전 점검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가 향후 수사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수사 시점의 적절성 논란에 대해 경찰은 수사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야권은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에 이루어진 압수수색이 선거 개입 의도가 있는 공작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기관을 동원한 명백한 선거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의 행보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박정보 청장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수사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박 청장은 "초기 증거 확보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다른 고려 없이 순수하게 수사 측면에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선거라는 정치적 일정과 무관하게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논리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추락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점검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구명줄을 걸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이 무시되었으며, 이는 결국 인명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되었다. 구조적 결함에 대한 경고음이 두 차례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사가 단순히 현장 실무자의 처벌에 그치지 않고 건설업계 전반의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안전 전문가는 "파단음과 같은 명확한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서울 도심 내 고가도로 철거 공사의 안전 기준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입건된 피의자들을 소환하여 본격적인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들의 개입 여부와 보고 체계의 결함 유무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단순한 공사 현장의 사고를 넘어 공공기관의 관리 감독 책임과 대형 건설사의 안전 관리 실태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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