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국민의힘의 보수 총결집 전략이 6·3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대구와 경북 지역은 수성했으나 충청권과 부산, 서울 등 핵심 승부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주도권을 내주며 중도층 확장의 명확한 한계를 노출했다. 개표가 막바지에 다다른 4일 새벽 기준 국민의힘은 전통적 지지 기반을 확인하는 데 그쳤으며 전체 선거 판세를 뒤집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도 더불어민주당의 승리 흐름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당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을 선거 운동 전면에 배치하며 지지층의 투표장 행을 독려했다. 그러나 4일 오전 3시 30분 기준 개표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유세에 나섰던 충남과 충북, 대전, 부산, 울산 등지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를 열흘 남짓 앞둔 시점부터 대구 칠성시장을 시작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며 보수 표심 자극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지원 사격은 2017년 탄핵 이후 사실상 첫 공식 현장 유세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대전과 충청권을 잇달아 방문하며 과거 한나라당 시절의 '선거 마법'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과거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피습 직후 남긴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는 열세였던 선거 판세를 단숨에 뒤집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대전 이장우, 충남 김태흠, 충북 김영환 후보를 지원하며 보수 유권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중원 지역의 표심을 국민의힘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영남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는 쉼 없이 이어지며 보수 텃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27일 진주와 양산을 거쳐 울산과 부산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은 접전지로 분류된 낙동강 벨트의 표심을 공략했다. 이후 강원과 경북을 거쳐 선거 직전인 31일 다시 대구를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보수 결집의 정점을 찍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서울 오세훈 후보와 부산 지역 후보들을 돕기 위해 선거 현장에 직접 등판하며 힘을 보탰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선거판에 나선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흩어졌던 지지층을 하나로 묶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지지층이 두터운 지역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실제 대구 시장 선거에서는 추경호 후보가 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꺾고 당선되며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와 경북(TK) 지역은 개표 초반부터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보수 본산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경남 지역 또한 72% 개표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 나가며 영남권 수성에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전략 요충지에서의 성적표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됐던 충남 지역은 민주당의 승리가 굳어지는 분위기이며, 대전과 충북 역시 민주당 후보들이 승기를 잡았다. 부산 시장 선거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의 지원이 무색하게 민주당 후보를 제압하지 못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서울 시장 선거에 나선 오세훈 후보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개표 중반까지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고전적인 양상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등판이 오히려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어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의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미래 지향적인 선거 구도를 방해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측은 전직 대통령들의 활동이 오히려 자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냈다고 평가하며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느슨해진 우리 지지층에게 투표장에 나올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보수 진영의 결집 시도가 반대 진영의 강력한 결집을 초래하는 '부메랑'이 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의 등판이 민주당에 '심판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현장 행보가 민주당이 주장해 온 내란 세력 청산론에 명분을 실어주며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수 지지층의 투표율은 높였을지 모르나,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도 지지세 확보에는 실패한 셈이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전적으로 전직 대통령 탓만은 아니며, 이들의 등판이 없었다면 텃밭 사수조차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대구에서 추경호 후보가 김부겸 후보라는 거물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가 주효했다는 시각이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선 참패를 계기로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낡은 선거 전략에서 탈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텃밭인 TK 지역을 지켜낸 것에 안주하기에는 수도권과 중원에서의 패배가 뼈아픈 상황이다. 향후 당권 향배와 정치 지형 재편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들과의 거리 두기와 새로운 인물 발굴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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