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 수뇌부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기존 60~70%에서 50%로 하향 조정한 지침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집중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헌법기관의 선거 관리 부실이 유권자의 참정권을 제약했다는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법치와 행정 효율성 사이의 책임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찰이 6·3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야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요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 절차를 시작했다. 서울경찰청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 등 간부들에 대한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을 서울청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고발장을 접수한 지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전격적인 결정으로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사 대상에는 노태악 위원장을 비롯해 허철훈 사무총장, 오민석 서울시선관위원장, 김범진 사무처장, 민소영 송파구선관위원장 등 선거 사무의 핵심 책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고발 측은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유권자 수보다 현저히 적게 준비된 점을 들어 선관위가 헌법적 책무인 선거 사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선거 관리 지침 수립 과정에서 예견된 혼란을 방치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중앙선관위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롭게 마련한 투표용지 인쇄 지침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구 선관위는 본투표일 투표용지를 전체 선거인 수의 50% 수준만 인쇄했으며 이는 중앙선관위의 새로운 최소 인쇄 비율 권고안을 따른 결과였다. 과거 선거에서 유지되던 준비 물량 기준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실제 투표소에 몰린 유권자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행정적 오류가 발생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2024년 총선 당시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은 선거인 수의 60%에서 70% 사이였다. 선관위가 예산 절감이나 행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인쇄 비율을 50%까지 낮춘 것이 결과적으로 현장의 대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 등 필요한 조사를 법적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선거 관리의 기본 원칙인 무결성이 훼손되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가 발길을 돌리거나 대기 시간이 무한정 길어지는 상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결함으로 간주된다.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선거 관리 기구가 투표권 행사에 차질이 생길 것을 인지하고도 무리한 지침을 강행했다면 직무유기 혐의 성립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하며 수사 결과에 주목했다.
다만 선관위 내부에서는 이번 지침이 사전투표율의 증가 추세와 과거 본투표 참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행정 판단이었다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한다. 모든 유권자 수에 맞춰 용지를 인쇄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폐기 비용과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성 중심의 사고가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의 가치보다 우선될 수 없다는 시장과 시민사회의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향후 수사의 향방은 중앙선관위 지도부가 인쇄 비율 하향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선관위 내부 의사결정 문건을 확보해 지침 변경의 적절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선거 관리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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