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원·달러 환율 1,540원 돌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경신하며 외환시장 변동성 증폭

윤근일 기자
원·달러 환율 1,540원 돌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경신하며 외환시장 변동성 증폭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1,54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미 무역대표부의 관세 부과 발표가 겹치며 원화 가치는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의 극심한 저평가 상태를 이어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 원에 가까운 주식을 투매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 장중 1,540원을 넘어서며 국내 외환시장이 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충격에 직면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을 기록했다.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는 상승 폭이 더욱 가팔라져 오후 5시 6분경 1,540.3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3월 기록한 전고점인 1,530.1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는 장중 기록 기준으로 2009년 3월 10일의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었다.

환율이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500원을 넘어선 상태가 13거래일 연속 지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1,500.8원을 기록한 이후 원화 가치는 보름 가까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채 1,500원대 박스권에 갇혔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부터 1998년 초까지 이어진 49거래일 연속 기록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11거래일 연속 기록마저 이미 추월하며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대외적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6·3 지방선거로 국내 시장이 휴장한 사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극도로 강화되었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하자 역외시장에서의 환율 급등세가 본격화되었다. 국제 유가 역시 배럴당 90달러대 후반을 기록하며 100달러 선을 위협하는 등 수입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자본 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현상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84% 급락한 8,369.41로 장을 마감하며 투자 심리 위축을 드러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 동안에만 6조 9,528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유지하며 한국 시장 이탈 가속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즉각적인 구두 개입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러한 단호한 의지 표명과 더불어 장중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출회되면서 환율의 추가 폭등은 어느 정도 제어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 당국은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은 여전히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며 원화 가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432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고점 부근에 머물러 있다. 엔·달러 환율 역시 159.860엔으로 160엔 선에 육박하며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7.35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8.29원 오르며 엔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 약세도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환율의 급격한 상승세가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개장 전 전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 소식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일부 반영하며 환율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달러인덱스가 0.09%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점도 원화의 추가 폭락을 막는 완충 지대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중동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향후 외환시장은 미국의 추가적인 통상 압박 수위와 중동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이 20거래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수급 측면에서 원화 가치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500원대 중반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기업들의 철저한 환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 역시 가용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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