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새도약기금 가입을 최종 결정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신한카드와 하나은행 등 주요 출자사들은 사원총회를 통해 연체 채권의 캠코 매각 안건을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번 조치로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소액 채무자들의 채무 조정과 경제적 재기를 위한 길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가 정부의 부실채권 정리 정책인 새도약기금에 참여하기로 확정하며 법인 해산의 길을 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상록수 출자사들은 사원총회를 소집하여 새도약기금 가입 및 보유 채권의 캠코 매각 동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대통령이 민간 유동화회사의 고강도 채무 추심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온 전격적인 결정으로 풀이된다.
상록수의 지분 구조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어 금융권의 책임론이 대두되어 왔다. 신한카드가 3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카드가 각각 10%씩의 지분을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은행 5.3%와 국민카드 4.7%를 합산하면 주요 금융권 출자사들의 전체 지분율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번 가입 결정에 따라 캠코로 이전되는 매입 대상은 금융사가 보유한 7년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연체 채권으로 제한된다. 상록수가 캠코에 공식적인 협약 동의서를 제출하면 캠코는 즉시 채권 목록 확정 및 자산 가치 평가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구체적인 채권 가격 산정 등 실무 절차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으로 최종적인 양수도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상록수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대규모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채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설립 초기 취지와 달리 장기간 채권을 보유하며 추심을 지속해온 점이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새도약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상록수의 추심 실태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이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한 질타를 쏟아냈다. 서민들의 목줄을 죄는 행위가 금융 시장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은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상록수의 참여를 압박했다. 금융지주 계열 사원사들은 정부의 서민금융 안정화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법인 청산이라는 강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민간 유동화회사의 자율적인 채권 처리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일부 제기된다. 사유재산권의 성격을 가진 채권을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강제로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공공의 이익 보호와 한계 채무자의 구제라는 명분이 시장의 논리보다 우선시되면서 반대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금융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도 서민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록수의 청산은 과거 부실의 고리를 끊어내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상징적 조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향후 채권 평가 과정에서 시장 가치가 공정하게 반영되어 출자사들의 손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상록수 사례를 기점으로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한 유사 유동화회사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유동화회사라는 법적 형태를 활용해 제도권의 감시망을 피하며 채무자에게 고통을 주는 사례가 더 있는지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사는 부실채권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상록수의 청산 절차가 본격화됨에 따라 해당 법인이 관리하던 채무자들에 대한 모든 추심 행위는 즉각적으로 중단된다. 채무자들은 향후 캠코의 새도약기금 체계 안에서 원금 감면이나 장기 분할 상환 등 실질적인 채무 조정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민생 경제의 회복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며 철저한 사후 관리를 약속했다.
향후 국내 부실채권 처리 시장은 캠코를 중심으로 하는 공적 정리 체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추심 시장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고 법치와 효율성에 기반한 선진적 채무 조정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이 향후 과제다. 금융당국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 생활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지속적인 감시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