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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보강 넘어 기능 전환해야"… 늑구 탈출 45일 만에 문 연 오월드 향한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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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오월드가 늑대 탈출 사고 발생 45일 만에 시설을 보강하고 재개장했으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공영동물원의 근본적인 기능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오월드가 단순한 전시와 마케팅에서 벗어나 야생동물 보호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8년 법적 유예기간 종료에 대비한 선제적인 동물 복지 정책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늑대 '늑구' 탈출 사고로 운영을 중단했던 대전 오월드가 시설 개선 작업을 마치고 사고 발생 45일 만인 지난 5일 관람객을 다시 맞이하기 시작했다. 오월드 측은 재개장에 앞서 늑대사 주변에 이중 울타리를 설치하고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배치하는 등 안전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현재 늑구는 탈출 전보다 체중이 약 3㎏ 증가하는 등 건강을 회복한 상태로 시설 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정비에도 불구하고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공영동물원의 존립 근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8일 논평을 발표하고 오월드가 사고의 본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다 관람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오월드가 재개장 과정에서 늑대사 주변의 관목을 무자비하게 제거하여 관람 편의성만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늑구 찾기 힌트'와 같은 안내판을 설치하여 동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구조를 더욱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조치는 야생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공영동물원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시설 보강이 집중된 늑대사와 달리 다른 전시 동물들의 사육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경단체의 현장 점검 결과에 따르면 표범은 좁은 사육장 안에서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정형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불곰 역시 단조로운 시멘트 바닥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등 열악한 복지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단체는 특정 사고 개체에 국한된 임시방편적 시설 보완이 아니라 전체 동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동물원 운영 환경은 2028년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개정된 법률은 전시 동물의 복지 기준을 강화하고 부적절한 환경에서의 전시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오월드가 유기되거나 안락사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생츄어리(보호소)'로 기능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전시 시설을 넘어 공영동물원으로서 야생동물 보호와 시민 교육이라는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오월드는 공영동물원으로서 개체들의 동물복지를 증진하며 보호하고 시민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들을 구경거리로만 소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야생동물 보호소로의 전환을 요구한다"며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 또한 동물원의 기능이 단순 전시에서 보전과 구조로 이동하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지자체 차원의 장기적인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서는 오월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고려할 때 급격한 기능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동물원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시설 유지와 동물 관리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의 관람 중심 운영 방식에 익숙한 시민들의 수요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도 운영 주체인 대전도시공사가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생명 존중과 법적 기준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고려할 때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월드의 재개장 이후 행보는 국내 다른 공영동물원들에게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설 보강을 통한 단기적인 안전 확보를 넘어 장기적인 동물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대전시의 예산 지원과 행정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민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오월드에 남겨진 과제다. 향후 2028년까지 남은 유예기간 동안 오월드가 어떤 방식의 체질 개선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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